[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32년을 기다린 승리, 국민들에게 바치고 싶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된 한국과의 2차전에서 대승을 챙긴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61) 감독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끈 알제리는 2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이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에서 4-2로 완승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할릴호지치 감독은 "32년을 기다려왔던 승리를 거뒀다. 기분 최고다. 이날 승리를 팬들과 알제리 국민들에게 바친다.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선물이 됐다"며 기뻐했다.
그는 "알제리는 지난 1차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선수들에게 (경기 시작 후) 15분 안에 실점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말대로 전반은 완벽했고 효율적이었다. 후반에는 심리적, 신체적인 면에서 조금씩 느슨해졌지만 오늘 경기는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1차전과 달리 선발 명단 11명 가운데 5명을 새로운 얼굴로 채우며 완벽히 다른 팀이 돼 돌아왔다. 자멜 메스바흐(30·리보르노)와 아이사 만디(23·랭스) 등 좌우 측면 수비수가 새롭게 배치된 것이 대표적이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확달라진 전술에 대해 "한국의 경기에 대해 연구를 했다. 지난 1차전에 뛰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려고 했다. 조직적으로 잘 준비해서 한국을 흔들려고 했는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에는 경기를 완벽하게 치렀지만 후반에는 느슨해졌다. 후반에는 한국이 상당히 조직적으로 변해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한국이 압박을 잘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잘 견뎠다. 특히 4번째 골은 교과서적인 골이었다. 브라질 팬들이 좋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골이나 내주며 무너진 한국 수비진에 대해 그는 "경기 전에 분석을 많이 했다. 슬리마니와 다른 선수들도 상대 공간을 역이용했다. 역습을 통해 상대 수비 뒷공간을 깊이 파고들어 득점 기회가 많았다"면서 "한국은 짜임새가 좋고 압박을 잘 하지만 배후 깊숙히 침투하면 문제를 드러냈다. 이는 다른 팀도 비슷하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이 재능을 잘 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뜻하지 않은 기사들로 인해 알제리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전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는 자국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알제리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왜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벨기에전 역전패)상황이 엉망이었고, 지난 아프리칸내이션스컵에서 탈락한 결과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알제리 언론에서 여러가지 루머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거짓말도 많았다. (심지어)가족까지 비판을 했다. 계속해서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고 있지만 가족까지 비판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여전히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그는 "나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 모두가 16강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가 강한 상대이지만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