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훌리오 그론도나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장이 자국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4)를 "징크스"라고 칭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23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일간지인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에 따르면 그론도나 회장은 "징크스가 떠나니 팀이 이겼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론도나 회장이 언급한 징크스가 바로 마라도나다.
마라도나는 지난 22일 아르헨티나와 이란전을 보기 위해 이스타지우 미네이랑을 찾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1차전을 호텔방에서 지켜본 마라도나는 이날 직접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응원했다.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아르헨티나는 이란의 밀집수비에 막혀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여러 차례 역습을 허용해 패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를 구한 이는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였다. 메시는 후반 46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수비수 한 명을 드리블로 제친 뒤 오른쪽 구석으로 향하는 절묘한 왼발슛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마라도나는 메시의 결승골을 보지 못했다. 둘째딸 지안니나와 경기를 함께 관전하던 마라도나는 무승부를 직감한 듯 후반 42분 자리를 떴다.
평소 마라도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그론도나 회장이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 없었다. 그론도나 회장은 마라도나가 사라지자 비로소 경기가 풀린다면서 불쾌한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그론도나 회장의 아들인 훔베르토는 아예 한술 더 떴다. 청소년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훔베르토는 자신의 트위터에 "대표팀이 이기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은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인 마라도나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독일에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 경기를 직접 관전한 것은 경질 후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