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때 '검은 사자'로 불리며 세계 축구계의 부러움을 샀던 카메룬이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경기력은 커녕 스포츠맨십 조차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카메룬은 19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레나 아마조니아에서 열린 '발칸의 강호' 크로아티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0-4로 완패했디.
지난 14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했던 카메룬은 2패가 돼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데 이날 패배는 카메룬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반 40분 크로아티아의 역습 상황에서 카메룬의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송(27·바르셀로나)은 공과 상관없는 위치에서 카메룬 진영을 향해 달려가던 크로아티아의 '주포' 마리오 만주키치(28·바이에른 뮌헨)의 등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퇴장을 당했다.
바로 직전 자신의 진로에서 만주키치가 걸리적댔다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었다.
사무엘 에투(33첼시)와 함께 카메룬의 양대 스타 플레이어이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는 있을 수 없는 만행이었다. 무릎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벤치에서 조국의 승리를 기원하던 에투는 이 모습을 보며 망연자실했다.
팀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할 무렵 벌어진 어이없는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된 카메룬은 결국 속절 없이 무너졌다.
송의 삼촌으로 리버풀(잉글랜드)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카메룬의 전설' 리고베르 송(38·은퇴) 역시 악명이 높다. 그는 1994미국월드컵 브라질전과 1998프랑스월드컵 칠레전 등에서 거친 플레이로 인해 퇴장을 당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아예 자중지란까지 벌어졌다.
카메룬의 수비수 베누아 아수 에코토(30·퀸즈 파크 레인저스)와 공격수 벤자민 무칸디오(26·AS낭시)가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에코토가 무칸디오에게 화를 내며 박치기를 했고, 무칸디오는 거칠게 에코토를 밀쳐냈다. 공격수 피에르 웨보(32·페네르바체)가 달려와 말리지 않았다면 주먹다짐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카메룬은 앞서 이달 초에는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을 앞두고 보너스 지급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카메룬 선수단은 정부와 카메룬 축구협회로부터 당초 제시됐던 1인당 보너스 5000만 CFA프랑(약 1억원) 외에 580만 CFA프랑(약 1100만원)을 추가로 받기로 합의한 뒤 9일 브라질로 출발했다.
그러나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보너스를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1982스페인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카메룬은 1990이탈리아월드컵 개막전에서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54)를 앞세운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리며 파란을 일으킨 뒤, 아프리카 최초로 8강에 진출, '검은돌풍'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
그러나 이후 1994미국·1998프랑스·2002한일월드컵에 연속 출전했지만,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급기야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일본·덴마크와 함께 E조에 속했다 3전 전패를 당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와신상담한 카메룬은 은퇴한 에투까지 복귀시켜 이번 월드컵에서 재기를 꿈꿨지만 이미 2패를 떠안으며 탈락이 확정됐다.
카메룬은 24일 개최국 브라질과 브라질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실력 차를 떠나 현재의 팀 상황으로 볼 때 명예회복은 커녕 브라질의 '조 1위'를 위한 제물에 지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