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홍명보호의 약점으로 꼽혔던 포백 수비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첫 경기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실점은 했지만 그 간 들인 공이 헛되지 않았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23분 이근호(29·상주)의 득점포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후반 29분 알렉산더 케르자코프(32·제니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포백 수비는 홍명보호의 아픈 구석이었다. 홍 감독이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수비 조직력 강화를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른 튀니지(0-1 패), 가나(0-4 패)와의 2연속 평가전에서도 수비는 졸전을 면치 못했다. 상대의 역습에 무기력하게 길을 터줬고 저질러서는 안 될 실수도 남발했다.
불안요소로 꼽혔던 수비는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마침내 홍 감독을 만족시켰다. 끈끈한 조직력과 투지를 앞세워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홍 감독은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을 센터백으로 기용했고 좌·우 측면 수비는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과 이용(28·울산)에게 맡겼다.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홍정호-김영권 콤비는 믿을 수 있는 구석이었다.
이들은 이날 러시아의 최전방 공격수 알렉산드르 코코린(23·디나모 모스크바)을 경기장에서 지웠다. 배후 침투를 철저히 막았고 공중볼 다툼에서도 꾸준히 승리했다.
공격에도 힘을 보탰다. 홍정호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으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김영권은 프리킥 상황에서 장기인 무회전킥을 선보였다.
윤석영과 이용 역시 러시아의 측면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활력을 더했다.
러시아는 브라질월드컵 지역예선에서 20골 중 5골을 역습으로 만들어냈고 지난 6일 모로코와의 평가전(2-0 승)에서 세트피스로 2골을 뽑아냈지만 이날 한국의 물 샐 틈 없는 수비에 막혀 침묵했다.
'옥에 티'는 있었다. 선수 교체 후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홍정호는 한국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7분 부상으로 인해 황석호(25·산프레체 히로시마)와 교체 아웃됐다.
선수 교체 2분 뒤인 후반 29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알란 자고예프(24·CSKA 모스크바)가 때린 슛을 골키퍼 정성룡(29·수원)이 몸을 날려 막았고 바닥에 흐른 공을 황석호가 걷어냈다. 운이 나빴다. 공이 안드리 예셴코(30·안지 마하치칼라)의 몸에 맞고 케르자코프 앞에 떨어지며 실점으로 이어졌다.
운이 나빠 나온 실점이지만 당시 케르자코프 주변에는 수비수들이 다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길목을 차단했다면 1골 차 리드를 지켜낼 수도 있었다.
경기를 마친 홍 감독은 "우리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골을 허용해 아쉬운 마음이 있다"며 "하지만 첫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훌륭했다.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김호(70)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수비 불안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본선에 와서 경기력이 월등히 좋아졌다"며 "아쉽게 동점골 내줬지만 이 정도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조별리그 통과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