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기존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마무리투수라는 중책을 맡은 한현희(21·넥센 히어로즈)가 처음으로 주어진 '뒷문 단속' 임무를 깔끔하게 수행했다.
한현희는 12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팀이 7-4로 추격당한 8회초 1사 2,3루의 위기에 등판해 1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팀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한현희는 개인통산 두 번째 세이브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 7월23일 목동 두산전에서 8회초 2사에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까지 책임진 이후 324일 만에 거둔 세이브다.
한현희는 당초 올 시즌 넥센의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 8일 목동 두산전에서 등판한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한 손승락이 2군으로 내려가면서 임시로 마무리투수 중책을 맡게 됐다.
넥센의 염경엽(46) 감독은 "손승락은 다시 돌아와 넥센의 뒷문을 지켜야 할 선수다. 팀 내 스스로의 비중과 책임감에 대해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며 손승락을 2군으로 보낸 후 미래의 마무리투수로 점찍은 한현희를 임시 마무리투수로 내세웠다.
한현희는 손승락이 2군으로 내려가 마무리를 맡은 이후 첫 등판에서 세이브를 따내며 임무를 확실히 수행했다.
그의 첫 임무는 다소 어려운 상황에서 주어졌다. 끌려가던 삼성이 6회초와 7회 2점씩을 내며 4-7로 따라붙은 상황이었고, 선발 앤디 밴헤켄의 뒤를 이어 등판한 하영민이 8회에도 안정을 찾지 못해 1사 2,3루의 위기를 만든 터였다.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한현희는 침착하게 박해민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바운드가 튀어 몸에 맞는 바람에 공을 한 차례 놓친 한현희는 이내 공을 잡아 재빨리 홈으로 송구했고,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박석민을 아웃시켰다.
계속해서 2사 1,2루의 위기가 이어졌으나 한현희는 대타로 나선 김태완을 1루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9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한현희는 김상수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야마이코 나바로를 2루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한현희는 후속타자 박한이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김현곤을 유격수 앞 땅볼로 돌려세우고 팀 승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한현희는 "부담감을 가지고 등판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도 위기 상황에 자주 등판해 1사 2,3루라는 상황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뒤에 나올 투수가 없다는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공을 던지는 것은 같았는데 손승락 선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긴장된 탓에 박석민을 홈에서 아웃시킬 때 판정이 다소 애매했던 것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바운드가 몸에 맞아서 한 번 떨어뜨렸다. 홈에서 3루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을지 애매했는데 던졌다"며 "너무 긴장한 상태여서 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한현희는 이날 투구에 대해 "커브가 잘 된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8회 2사 1,2루에서 커브를 던져 김태완에게 1루수 뜬공을 유도했다. 9회 1사 후 나바로를 뜬공으로 처리할 때 던진 공도 커브였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는 되려 한현희에게 집중력을 안겨줬다. 그는 "공을 잘 던지지 못하겠다는 긴장감은 아니었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세이브를 따낸 후의 소감을 묻자 그는 "포수랑 하이파이브를 할 때 기분이 좋았다. 경기를 마무리지었다는 느낌 때문에 재미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한현희는 "손승락 선배가 돌아오실 것이다"고 잘라 말한 후 "당분간 감독님께서 마무리 보직을 주셨으니 집중해서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