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로젝트를 가동중인 한국 남자배구가 끝내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에서 강호 체코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체코 체스케 부데요비체 버드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4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E조 조별예선 3번째 경기에서 체코에 풀세트 접전 끝에 2-3(33-31 19-25 24-26 28-26 18-20)으로 무릎을 꿇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1-3패) 이후 체코에 내리 6패를 당했던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바라봤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패배로 체코와의 전적은 7전 7패가 됐다.
박기원호는 지난주 강호 네덜란드를 꺾어 자신감을 채웠지만 이날 체코전까지 상승세를 그대로 잇지 못했다.
풀세트 끝 패배로 승점 1점을 확보한 한국은 1승2패(승점 4)로 E조 2위가 됐다. 체코는 2승1패(승점 5)로 조 1위에 올랐다.
한 경기씩을 덜 치른 네덜란드(1승1패)와 포르투갈(1승1패)이 각각 3위와 4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월드리그는 A·B 각조 상위 2개 팀과 C·D·E조 각 상위 1개 팀 등 5개 팀에다가 개최국 호주를 포함해 총 6개 팀이 결선 라운드에 진출한다.
한국은 레프트 전광인(23·한국전력)의 활약을 앞세워 체코의 높이에 맞섰다. 전광인은 양팀 최다인 28점을 올리며 박철우(29·삼성화재)와 함께 한국 팀 공격을 이끌었다.
매 세트 50% 이상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전광인은 특히 박철우가 빠진 4세트 이후에는 공격의 절반 이상을 도맡았다.
박철우도 20점을 올리며 제 몫을 했다. 그러나 공격과 서브에서 범실이 쏟아지면서 끝내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체코는 레프트 린츠 카렐(27점)과 라이트 미칼 크리스코(23) 쌍포를 앞세워 첫 홈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1세트부터 35분간의 혈투가 벌어졌다. 한국은 17-18로 뒤진 상황에서 박철우의 오픈공격에 이어 리베로 부용찬(25·LIG손해보험)의 디그에 이은 2단 토스가 상대 코트로 넘어간 것이 행운의 득점으로 이어져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21-22에서 박상하(28·상무)의 속공과 박철우의 공격이 연이어 가로막혀 재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두 팀은 31-31까지 듀스 접전을 치렀다. 한국은 최민호의 속공으로 32-31로 앞선 뒤, 이민규의 디그에 이은 전광인의 오픈공격으로 1세트를 33-31로 마무리했다.
2세트는 체코가 일방적으로 앞섰다. 체코는 강서브로 한국 리시브라인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5-7에서 범실 2개와 리시브 불안으로 연이어 3점을 내줘 5-10까지 뒤졌다.
추격의 기회마다 나온 4개의 서브 범실도 발목을 잡았다. 반면 서브득점은 없었다. 2세트는 19-25로 내줬다.
한국은 3세트 중반 서브로 흐름을 빼앗아왔다. 하현용(32·LIG손해보험)의 타점을 살린 서브와 송명근(21·러시앤캐시)의 빠르고 강한 서브가 체코 선수들을 흔들었다.
한국은 23-20까지 앞서며 3세트 승리를 눈 앞에 두는 듯 했다. 박철우도 3세트 공격득점으로만 9점을 올렸다. 그러나 막판에 세터 이민규(22·러시앤캐시)의 토스가 순간적으로 흔들렸고, 결국 박철우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단조로운 패턴이 이어졌다. 결국 24-26 역전패.
박기원 감독은 4세트에서 이민규와 박철우를 빼고 한선수(29·국방부)와 김정환(26·우리카드)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한선수는 하현용과 박상하 센터들을 활용해 체코 블로커들을 따돌렸다. 가운데로 시선이 모아진 뒤에는 측면을 활용하는 노련한 볼배급을 했다. 특히 27-26에서는 하현용의 속공이 블로킹당한 뒤 재차 올려 성공시키는 뚝심까지 선보였다. 결국 한국은 21-24에서 28-26으로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마지막 세트까지 끌고 갔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팽팽한 싸움이 이어졌다. 양팀은 18-18까지 4차례나 듀스를 끌고 가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마지막 집중력 싸움에서 체코가 승리했다. 한국은 18-17에서 송명근이 서브 범실을 했고, 이후 연달아 두 개의 공격 범실이 나와 18-20으로 졌다.
50년 만의 체코전 승리 기회도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한국과 체코의 2차전은 6일 오후 10시 5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