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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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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은 기대를 관리하는 것"

[시사뉴스 김재욱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과 시장간의 소통과 신뢰를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줌으로써 혼선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 차 방문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의도하는 방향대로 기대를 형성하려면 말한 대로 행동해서 신뢰의 기록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은이 보여준 시그널과 기준금리 결정이 엇박자로 가면서 '신뢰할 수 없는 중앙은행'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중수 전 총재는 2010년 저금리 정책기조와 물가인상 가능성에 대해 수 차례 강조하고도 몇 달 동안이나 동결 결정을 내려 '통화정책의 실기'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반면 지난해에는 시장 참가자들이 인하를 예상했던 4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가 5월에는 예상을 뒤집고 금리를 내려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총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기 불과 며칠 전 "2012년 7월과 10월 금리를 50bp 내린 것은 매우 큰 것이다. 미국과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거냐"며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기에 시장의 혼선은 더 컸다.

이 총재는 자신을 '매파'로 규정하는 시선에 대해 "금리 결정 땐 물가와 경기 두 가지를 보는데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며 "(올해) 성장을 4%로 전망하고 내년에도 이 기조가 이어진다고 보면 인하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그러니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수순으로 보고 매파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인사에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박원식 부총재가 조만간 사의 표명을 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원칙적으로는 임기를 지켜주는 게 맞다. 일반론으로 보자면 외부에 자리가 있을 때는 나가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임기를 존중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개편은 '미조정'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답했다. 금통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국(局) 단위 개편이 아닌 총재 권한으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팀 신설 및 개편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최근 통일 관련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는 전담부서를 새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1990년께 해외조사과장을 할 때 독일 통합에 대한 보고서를 많이 봤는데 그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이 '통화 통합'이었다"며 "통일이 원만하려면 (중앙은행이) 미리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서둘러 할 일은 아니더라도 기초작업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곳에서 '장(長)'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지만 그만큼 중압감도 컸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정부는 행정력이 있지만 한국은행은 소위 '파워'를 갖고 일하는 조직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신뢰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신뢰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밖에서 보는 한은의 이미지가 조직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고요한 절간 같다고 해서 '한은사(寺)'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총재는 "밖에서는 한은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중앙은행의 역할은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책 결정기관이고 그 결정이 전 분야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내수가 위축돼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답변은 안 하겠지만 세월호에 따른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소비 위축,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면서도 "경제 주체들이 외출도 삼가는 등 소비를 자제하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인다. 답변할 만큼의 데이터가 지금은 없지만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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