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KT ENS 법정관리에 따른 1000억원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로 상당수 은행이 '불완전 판매'로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부산·경남·대구은행과 삼성증권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에 KT ENS의 기업어음을 대거 편입한 데다 은행들의 경우 이미 '불완전판매' 정황까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가 지급 보증한 1000억원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됐다.
KT ENS는 2009년부터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참여하면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한 후 이 SPC가 발행한 ABCP에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올 2월 말 현재 발행된 ABCP는 1857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중 1177억원은 6개 금융사의 금전신탁을 통해 판매됐고, 680억원은 증권사를 통해 기관투자자 등에게 직접 판매됐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은 특정금전신탁 판매액 1010억원이다.
기업은행(618억원)이 손실 가능성이 있는 특정금전신탁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 뒤를 이어 ▲부산은행(195억원) ▲경남은행(128억원) ▲대구은행(100억원)순이었다. 삼성증권도 28억원의 특정금전신탁을 팔았다.
이들 은행은 ABCP가 편입된 신탁상품을 판매하면서 상품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판매 은행 자체 점검 결과 상품판매계약서나 투자정보 확인서에 고객의 서명이 일부 누락된 것이 발견됐다. 운용지시서의 운용대상에 명시적으로 ABCP가 포함돼 있지 않는 등 서류상의 미비점도 드러났다.
이미 금감원과 은행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 18건 접수됐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대해서도 불완전판매 혐의가 발견될 경우 특별검사에 착술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내부 법률자문을 받은 후 KT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지침에 따라 민원팀을 꾸리고, 투자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며 "다행히 투자한 공장(신재생에너지 기술 이용한 공장)이 지난해 완공돼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고, 부족한 부분은 리파이낸싱 등을 활용하면 무난하게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투자 손실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라 상환방법을 찾고 있는데, 지금 당장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며 "금감원 실사 결과에 따라 차환발행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