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우리 영화계에 표준계약서가 필요한 이유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감독표준계약서·시나리오표준계약서 등 각종 계약서가 단체에 따라 산발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사태를 영화인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각본을 맡은 황조윤 작가는 2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영화 창작환경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2012년 영화스태프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작가가 1년간 평균 영화에 참여해 받은 수입은 731만 원, 감독이 1633만 원이다. 특정작품의 평균수입도 작가 450만 원, 감독 425만 원이었다. 최고은 작가와 곽지균 감독 등은 생활 빈곤과 작품 활동 제한으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결국, 영화계는 창작자의 생활여건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해 감독·작가·근로표준계약서 등을 개발, 정착시키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단체마다 달라지는 표준계약서와 각기 다른 내용에 영화 제작자·감독·시나리오 작가는 혼동을 빚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이준익 감독은 "앞서 계약의 대상자인 제작사에 표준계약서 이행에 대한 협의를 시도했지만 1, 2차 모두 성과가 없었다. 표준계약서 학습 의지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표준계약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지도를 그려봤으면 좋겠다"는 지적이다.
그 본질을 복잡한 계약체제로 들었다. "영화현장에서 계약서를 쓰는 사람은 크게 감독, 스태프, 배우다. 수백 명의 사람은 제작사와 계약서를 쓰게 된다"며 "생산인력 계약서는 투자사와의 계약서와 연계돼 있다. 투자·배급·상영까지 수직계열화 안에 극장과 배급사 계약이 또 있다. 투자사와 배급사는 같은 회사지만 계약서를 쓴다. 투자사는 펀드들과 계약서를 쓰고 펀드는 모태펀드와 계약서를 쓴다. 배급사는 IPTV와 같은 부가판권과 또 다른 계약서를 쓴다. 이 많은 계약서에 표준계약서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도가 다른데 노선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냐?"며 반문했다.
이 감독은 "결국 수직계열화의 폐해"라고 짚었다. "투자사와 배급사는 같은 회사다. 그 사이에도 계약서가 있다. 배급사는 극장에 영화를 붙이려면 계약서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같은 회사기 때문에 계약이 자유롭다. 투자·배급·극장이 한 회사기 때문에 최초 저작권자인 시나리오 작가의 저작권을 양도받아야 제작사와 계약을 해준다. 제작사협회는 문을 닫을 수 없으므로 할 수 없이 내줘야 한다"고 이해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이자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제작사협회가 표준계약서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계약의 주체가 되는 제작자는 투자사와의 계약이 이행돼야 한다. 표준안, 권고안, 인센티브, 저작권 등이 정리되려면 계약절차가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협(제작사협회)에서 생각하는 표준계약서는 '최소한'이다. 제작비의 1%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주고자 한다. 인센티브도 주려고 한다. 능력 있는 작가와 감독은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제작과 투자계약서부터 정리돼야 한다."
황 작가는 "계약을 이행하는 당사자는 제작사다. 대부분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 장치가 없으니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제작사협회 대표가 함께 해줬으면 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다른 목소리를 내던 감독·제작자·시나리오 작가는 "창작자의 권리보호와 창작환경을 개선을 위해 영화감독과 시나리오작가 기획프로듀서 및 제작자 등을 중심으로 한 창작자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