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일본 도시바에 이어 미국 반도체 회사인 샌디스크도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과 경쟁에서 밀리면서 과거 '전자 왕국'의 명성을 잃어버린 일본 전자업체들이 소송을 통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15일 샌디스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SK하이닉스가 자사의 기술을 유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샌디스크는 SK하이닉스가 기술 유출 관련 부정에 연루된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일본 경찰은 도시바와 제휴관계에 있던 샌디스크의 기술자가 2008년 SK하이닉스로 이직하면서 메모리 연구 관련 기밀을 빼돌려 제공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2011년께 SK하이닉스에서 퇴직했으며 현재 일본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도시바도 지난 13일 SK하이닉스가 자사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무단으로 취득해 1000억엔(약 1조530억원)이 넘는 이익 손실이 있었다며 도쿄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일본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전달받지 못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장을 전달받은 뒤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해 일본 업체들이 특별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품고 있다. 현재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관계가 나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STT-M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데다가 2007년 플래시 메모리 기술을 서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공유) 계약도 맺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이번 소송 역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한국 업체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계 최강자였지만 지난 2002년 삼성전자에 추월당한 뒤 지금까지 업계 2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8%로 1위고 도시바가 33.5%로 2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15.3%)와 SK하이닉스(14.3%)가 각각 3,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와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을 이루는 D램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2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3분의2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저장장치와 차세대 저장장치로 불리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