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17일 간의 소치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한국의 기대에 못 미친 성적에 아쉬움도 남지만 종목별로 값진 성과를 확인한 대회기도 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불모지를 개척했듯이 이번 소치 대회에서는 설상과 썰매 종목이 가능성을 보였다. 4년 뒤 홈에서 열리는 평창에서 새로운 메달 탄생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스켈레톤의 '겁 없는 신예' 윤성빈(20·한국체대)은 평창을 이끌 대표 주자로 꼽힌다.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불과 17개월밖에 안된 윤성빈은 썰매 종목 역대 개인전 최고 성적을 냈다.
윤성빈은 16일(한국시간) 소치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남자 1인승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57을 기록해 16위에 올랐다.
윤성빈이 기록한 16위는 강광배(4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밴쿠버대회에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기록한 19위보다 3계단 높은 순위다.
2012년 체대입시를 준비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윤성빈은 2년 만에 한국 최초로 4차 레이스까지 진출하는 호성적을 내며 한국 썰매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목표했던 15위권에 근접한 성적을 낸 윤성빈은 평창에서의 메달 가능성을 보였다.
남자 2·4인승 두 팀과 여자 2인승까지 전 종목 출전을 이뤄낸 봅슬레이도 최고 성적을 갈아치우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윤종(29)과 서영우(23·경기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로 구성된 남자 2인승 대표팀은 봅슬레이 사상 최초로 18위에 올랐다.
4인승과 달리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첫 출전에 성공한 2인승이지만 의미있는 성적을 이끌어 냈다.
남자 4인승 2개 팀은 1~2차 시기만을 마친 가운데 원윤종·서영우·석영진·전정린으로 구성된 A팀과 김동현·김식·김경현·오제한으로 구성된 B팀이 각각 20위와 29위에 랭크됐다.
봅슬레이는 러시아의 2인승 우승에서 알 수 있듯이 개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종목이다. 다른 국가 선수들이 2~3일 연습 주행으로 코스를 익히는 것과 달리 러시아는 같은 코스를 400번 이상 타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15년 겨울이면 트랙 부분이 완성될 평창의 슬라이딩 센터에서 조종 기술을 갈고 닦는다면 4년 뒤 충분히 메달권도 바라볼 수 있다.
한국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신성' 최재우(20·한국체대)는 설상 종목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최재우는 지난 11일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경기에 출전해 상위 12명이 겨루는 결선 2라운드까지 진출했다.
한국 스키 사상 올림픽 남자 프리스타일 종목에 첫 출전한 최재우는 메달권을 바라보다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선 2라운드에서 첫 번째 에어(공중묘기) 동작인 백 더블 풀(뒤로 돌면서 720도 회전) 연기를 마치고 모굴 코스를 서둘러 내려오다가 스텝이 어긋나 코스를 이탈하는 실수로 실격당해 최종 1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실수만 없었다면 목표했던 메달권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았다.
신미성(36)·김지선(27)·이슬비(26)·김은지(24)·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여자 컬링대표팀도 목표했던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
출전국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낮았던 한국(10위)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3승을 거뒀다. 개최국 러시아와 숙적 일본 등을 제압하는 성과를 냈다. 최종 3승6패에 그쳐 8위에 머물렀지만 희망을 봤다. 또한 TV 중계 등을 통해 선전하는 모습이 국내에도 알려져 크게 인기를 끌었다.
소치에서 희망을 본 종목들은 4년 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