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벌로 아사다 마오(24)를 꼽으며 "오랫동안 비교도 많이 당하고 경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시내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친 소감과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전했다.
김연아는 21일 새벽 끝난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219.11점을 받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17여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벌로 그와 여자 피겨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아사다 마오(24·일본)를 꼽았다.
김연아는 "오랫동안 비교당하며 경쟁했다. 경쟁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아사다"라며 "저희 둘 만큼 꾸준히 비교당하고 경기한 선수도 얼마 없었을 것 같다. 둘만 10년 넘게 라이벌이라는 상황 속에서 경기를 했다"고 전했다.
아사다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을 면치 못해 55.51점을 받는데 그쳤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는 깔끔한 연기를 펼쳐 142.71점을 획득, 총 198.22점을 얻어 6위에 올랐다.
아사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느냐는 말에 김연아는 "아사다는 저처럼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지 않는 것 같다.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다와 저는 비슷한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에 나섰다"고 말한 김연아는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아사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사다가 프리스케이팅 하는 것을 영상으로 봤다. 울먹일 때 나도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김연아는 "저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 기억되면 좋겠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선 것은 없다. 이제 갓 끝나서 휴식을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도 할 것이다. 여유있게 살아가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김연아 일문일답
- 경기를 마친 소감은.
"일단 끝이 나서 홀가분하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다 실수없이 경기를 마쳐 기분이 좋다."
- 어머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중간에 선수촌에 들어갔다. 숙소가 너무 좋지 않았다. 엄마와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카톡으로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점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어서 끝났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자고 했다. 후련한 마음으로 즐기자는 이야기도 했다. 은메달을 딴 것에 대해 저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 잠은 잘 잤나. 자기 전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
"어제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도 있고, 도핑도 있었다. 이래저래 늦게 갔다. 그래서 많이 자지 못했다. 그냥 완전히 다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 홀가분하고 마음이 편안했다."
- 점수에서는 졌는데 실력에서도 밀렸다고 생각하나.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제가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 미련도 없다. 끝났으니까 아무 생각이 없다."
- 한국에서는 판정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것을 봤나.
"어느 대회든 편파판정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볼 때마다 저보다 주변에서 더 열을 낸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이고, 주목도 많이 받는 대회다보니 주목을 많이 받는다. 저는 아무 생각이나 미련이 없다. 끝났다는 것에 만족스럽고, 제가 잘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한다."
-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막 끝나고 지은 표정은 어떤 의미인가.
"어떤 표정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연기를 마치고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에 표정 변화가 조금도 없었다. 점수가 생각보다 안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좋은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분위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다른 대회 때도 그랬듯이 제가 잘해도 점수가 예상했던 만큼 나오지 않는 대회도 있다. 대회 전에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한다. 2등을 하는 상상도 해서 놀랍지는 않았다. 앞 선수 경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오로지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그냥 무덤덤했다."
-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나 캐롤리나 코스트너와 대화를 나눈 것이 있나.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끝나고 서로 축하한다는 인사만 했다."
- 홀가분하다고 했는데 홀가분한 이유가 무엇인가. 부담에서 해방돼서인가. 힘든 과정을 다시 하겠다고 선택했던 것인가.
"밴쿠버올림픽이 끝났을 때 끝이라고 생각했다. 홀가분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대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훈련 과정에서도 벗어났다. 밴쿠버올림픽 이후에 대회를 준비할 때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목표의식도 없었다. 그런 것들이 많이 힘들었다. 선수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제한적인 것도 많았다. 벗어날 수 있어서 홀가분했다."
-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있겠지만 당장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가장 하고 싶은 것보다는 끝이 나서 모든 짐을 다 내려놨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선수들의 점수를 알고 들어갔나.
"대충 알고 있었다. 대충은 알고 있었고, 다들 조금씩 실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전체적으로 점수가 높았다. 결과는 알고 있었다.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신경이 쓰이는데 이번에는 쓰이지 않았다. 진짜 끝이니까, 마지막이라는 마음이었다. 쇼트프로그램 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연습 때 잘했는데 못하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다. 연습한 대로 되는 것을 보고 점수는 나오겠구나 했다."
-'역시 강심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강심장인 비결은.
"비결은 없는 것 같다. 성격도 타고난 것 같다. 운동하기에 딱 좋은 성격이다. 주변의 다른 선수들을 보면 성격도 다 제각각인데 실력이 좋아도 많이 긴장하는 스타일이면 실전에서 연습한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저는 긴장을 하지만 그런 것에 비해 덜 실수한다. 비결이라기보다는 타고난 성격이 약간 그런 성격이어서 운동하기에 적합한 것 같다."
- 대답을 하는 도중에 소트니코바가 떠났는데 그때의 생각은.
"상위 3명이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끝나면 다같이 일어나서 같이 간다. 진행하는 분이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하고 그 질문이 저에게 왔는데 소트니코바가 나갔다. 그 선수는 먼저 와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의상도 안 벗고 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했다. 하지만 대답하고 있는데 나가길래 '뭐지'라고 생각했다."
- 보는 사람 입장과는 달리 편한 표정을 했는데. 이미 금메달 하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올림픽 2연패 욕심은 없었다. 무덤덤했다. 은메달을 땄다고 울상하고 있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다."
- 향후 인생 계획은.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이제 갓 끝나서 휴식을 해야 할 것 같다. 놀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바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도 할 것이다. 여유있게 살아가고 싶다."
-IOC 선수위원 출마 계획은.
"그것에 대해서는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17~18년 했다. (고민하다가)어제 마지막 경기를 기억에 남는다고 하죠 뭐. 하나만 꼽기는 어렵다. 오랜 세월이었다."
- 그럼 세 가지 정도 꼽아달라.
"어제와 밴쿠버올림픽 정도다. 그냥 안 꼽을래요."
- 선수로서 제한적인 것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제한적인 것은 여러가지다. 먹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살이 찌지 않아 근육을 만들려고 고기를 의무적으로 먹을 때가 많았다. 신경써서 먹어야 하고 그런 것이 조금 있었다. 쉬는 날에도 훈련을 할 때에도 불편하다 싶으면 예민해졌다. 몸이 아픈 것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해야 했다. 그것이 스트레스였다.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스트레스가 있었다."
- 피겨를 통해 배운 것과 피겨의 의미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인 것 같다. 피겨를 안했더라도 다른 운동을 했을 것 같다. 이번에 제가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다. 보여지는 것에서는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과정에서 느낀 것, 깨달은 것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었나보다."
- 운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라이벌을 꼽는다면.
"기억에 남는 라이벌은 아사다 마오다. 오랫동안 같이 비교도 많이 당하고 경쟁했다. 그런 경쟁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그 선수다. 저희 둘 만큼 꾸준히 비교당하고 경기한 선수도 얼마 없었을 것 같다. 둘만 계속해서 10년 넘게 라이벌이라는 상황 속에서 경기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아사다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지금까지 출전한 대회는 너무 많다.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소치 은메달리스트보다는 저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것은 없다."
- 아사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사다는 저처럼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팬들에게 많은 기쁨을 줬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여러 연령층의 팬이 많이 계신다. 잘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는데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순간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많은 분이 있었지만 제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돌아서는 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는 분이 감사하다."
- 부담을 극복하면서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을 것 같은데 아사다에 대한 느낌은 없었나.
"비슷한 상황에서 했다. 아사다도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피겨 선수였고, 저도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아사다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사다가 하는 것을 영상으로 봤는데 그가 울먹일 때 나도 울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