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김연아 키즈' 김해진(17·수리고)과 박소연(17·신목고)이 첫 번째 올림픽을 마쳤다. 메달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4년 뒤 평창을 향한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김해진·박소연은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총점 149.48점(쇼트 54.37점·프리 95.11점)을 얻은 김해진은 16위에, 총점 142.97점(쇼트 49.14점·프리 93.83점)을 기록을 한 박소연은 21위에 올랐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김연아를 롤모델로 피겨의 꿈을 키운 '김연아 키즈'다. 소치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김연아의 공백을 대신할 '포스트 김연아'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김연아가 지난해 3월 캐나다 런던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무려 3장의 싱글 출전권을 따내면서 예상보다 빨리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지난 1월 첫 시니어대회(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를 치른 지 한 달도 안 돼 올림픽에 출전하는 행운을 잡았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김해진이 조금 더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김해진은 쇼트프로그램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에서 불안하게 착지, 수행점수(GOE) 1.80점을 까먹으면서 다소 불안하게 시작했으나 남은 과제를 준수하게 소화했다.
30명의 출전 선수 중 18위를 차지한 김해진은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여유있게 따냈다.
프리스케이팅은 많이 아쉬웠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은 김해진은 곧 안정을 찾았고 이어진 과제를 준수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6번째 과제인 트리플 루프 후 다음 점프를 위해 이동하던 중 펜스에 부딪혔다. 다음 점프인 트리플 러츠는 뛰지 못했다.
그러나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남은 과제를 무난하게 마치고 자신의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김해진은 프리 연기 후 스스로도 아쉬운 듯 눈물을 찍어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어이없는 실수가 있어 아쉽기는 하다"며 "그러나 시니어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을 발판삼아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소연은 긴장한 탓인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프로그램 모두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 실수에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과제로 무난하게 넘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모두 올림픽에서 자신의 실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
첫 시니어 대회인 4대륙 선수권 때보다 모두 점수가 낮았다. 당시 김해진은 총점 166.84점(쇼트 57.48점·프리 109.36점)을 기록했고 박소연은 162.71점(쇼트 55.91점·프리 106.80점)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보다 총점에서 약 20점이 높았다.
하지만 김해진과 박소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인 올림픽을 두 번째 시니어 대회로 출전, 무엇보다 값진 경험을 쌓았다. 또한 평창올림픽이 열리기까지는 충분히 실력을 닦을 수 있는 4년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김해진·박소연이 4년 뒤인 평창에서 진정한 '포스트 김연아'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