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개인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22·화성시청)와 심석희(17·세화여고)가 단체전인 3000m 계주에서 아쉬움을 풀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 오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스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3000m 계주 결승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는다는 점과 함께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와 심석희의 명예 회복이 걸린 경기였기 때문이다.
4년 전 한국은 1위로 통과하고도 심판진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해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이번 대회 500m와 1500m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박승희와 심석희는 각각의 사연으로 동메달과 은메달에 그쳤다.
박승희는 13일 500m 결승에서 엘리스 크리스티(24·영국)에게 걸려 넘어지며 눈물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부분 '절대 강자' 왕멍(중국)의 공백으로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 앞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한국 여자쇼트트랙의 기둥으로 떠오른 심석희는 주종목이던 1500m에서 마지막 바퀴를 버티지 못하고 저우양(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줄곧 선두를 달리며 첫 금의 꿈에 부풀었던 박승희는 마지막 순간에 인코스를 파고들던 저우양을 뿌리치지 못했다.
각각의 아쉬움을 안고 달린 박승희와 심석희는 이날 계주 우승으로 금메달의 한을 풀었다. 스타트가 좋은 박승희와 체력과 지구력이 좋은 심석희는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나란히 올림픽 첫 금메달의 짜릿함을 맛봤다.
박승희가 문을 열고 심석희가 문을 닫는 완벽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대표팀 가운데 가장 순발력이 좋은 박승희가 스타트를 책임지고, 174㎝ 큰 키에 지구력과 체력까지 겸비한 심석희는 막판 스퍼트로 역전을 이끌어 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도 3000m 계주 멤버로 출전했다가 선배들과 함께 실격의 아픔을 느낀 박승희는 더욱 설욕이 절실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부터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까지 한 차례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놓치지 않으며 이 부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선배들이 지켜오던 3000m 계주 정상 타이틀은 4년 전에 끊겼다.
조해리·박승희·김민정·이은별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밴쿠버 대회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금메달을 얻지 못했다. 5바퀴를 남겨두고 중국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반칙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였다.
때문에 박승희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3000m 계주만큼은 반드시 중국을 넘겠다고 의지를 다졌고, 심석희는 후배로서 선배의 아픔을 씻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4년 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아픔을 간직한 박승희, 첫 올림픽 금메달을 미뤄야했던 심석희 모두 이번 금메달로 그동안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박승희는 4년 전 중국에 당했던 아픔에 설욕했고, 심석희는 1500m에서 중국의 저우양에게 내줬던 금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