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영화 '국가대표'의 감동을 꿈꿨던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세계의 벽을 실감하며 소치에서의 도전을 마쳤다.
최흥철(33)·최서우(32)·김현기(31)·강칠구(30·이상 하이원리조트)로 구성된 스키점프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러스키 고르키 점핑센터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단체전 1라운드에서 합계 402점을 기록했다.
단체전 1라운드에는 총 12개 팀이 참가했다. 이중 상위 8개 팀이 결선 라운드에 오른다. 한국은 11위에 머물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강칠구-김현기-최흥철-최서우가 차례로 하늘을 날았다.
출발은 좋았다. 강칠구와 김현기가 각각 91.2점(11위)과 113.5점(7위)을 획득하며 결선 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어 출전한 최흥철과 최서우가 99.5점(11위)과 97.8점(12위)을 받으며 한국은 합계 402점·종합 11위로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스키점프 단체전에 출전한 한국은 당시 세운 설상 종목 최고 순위인 8위 그 이상을 노렸다.
특히 노멀힐과 라지힐 개인 종목에서 모두 최종 결선 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만큼 단체전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한국은 세계의 벽에 가로 막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4명 중 100점대 그리고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선수는 김현기 뿐이었다.
도전은 아름다웠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한국 스키점프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히 풀고 넘어가야 할 숙제를 떠안았다.
한국은 지난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부터 스키점프에 출전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꾸준히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한국의 존재감을 알려왔다.
'한국 스키점프의 간판' 최흥철과 김현기는 이번 대회를 통해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개인의 노력으로 거둔 값진 결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 스키점프는 제한된 인력풀과 인프라 안에서 큰 발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제자리걸음이다.
5차례나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한국은 한 번도 스키점프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처음 세웠던 기록조차 깨지 못하고 있다.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를 이루며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소치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 4명은 모두 30대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 나선 12개국 가운데 선수 전원이 30대로 구성된 팀은 한국뿐이다.
일본의 경우 40대인 가사이 노리아키(42·일본)가 포함돼 있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20대 초·중반인 선수들도 이뤄져 있다. 팀의 중심은 어린 선수들이다.
최하위를 기록한 캐나다의 경우 팀의 평균 연령이 21.5세다. 당장의 꼴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한국과는 경우가 다르다.
가사이가 라지힐 개인 결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듯 30대 초반인 현재의 태극전사들도 앞으로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다만 팀 전체가 30대로 구성된 것은 문제가 있다.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 한국 스키점프의 전력도 상승할 수 있다.
노장들의 투혼은 분명히 빛났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2018년 평창에서 태극전사의 고공비행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인재 발굴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