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2월14일,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 데이'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하루지만 중국 남자컬링 대표팀 멤버이자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 김지선(27·경기도청)의 남편인 쉬샤오밍(30)은 '두 종류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다.
김지선과 쉬샤오밍은 '올림픽 커플'이다. 중국에서 함께 운동을 한 이들은 국경의 벽을 뛰어 넘고 지난해 5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도 미룬 채 올림픽 준비에 매진해온 컬링 부부는 나란히 소치올림픽에 출전했다. 백년가약을 맺은 지 이제 겨우 9개월, 운동으로 인해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했지만 김지선과 쉬샤오밍은 대업을 이루기 위해 신혼의 단꿈은 잠시 뒤로 미뤘다.
서로의 선전을 기원하며 올림픽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들에게 장애물이 하나 나타났다. 특히 남편 쉬샤오밍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14일 오후 7시 중국과 컬링 라운드 로빈 경기를 치른다.
이번 대회 여자 컬링에는 총 10개국이 참가했다. 이중 라운드 로빈을 거쳐 상위 4개 팀만 준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다툰다.
현재까지 4경기를 치른 한국과 중국은 2승2패씩을 거둬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선 이번 맞대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중국 국가대표이자 한국 국가대표의 남편인 쉬샤오밍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아내를 향한 사랑이냐 조국을 향한 애국심이냐', 그야말로 그것이 문제다.
해외 언론도 쉬샤오밍의 딜레마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김지선·쉬샤오밍 부부의 특별한 상황을 기사로 다뤘다.
이 언론은 "밸런타인 데이를 맞은 소치는 지금 사랑·로맨스·헌신 등의 단어로 가득 차 있다 "며 "하지만 한국 여자 컬링대표선수인 김지선과 결혼한 쉬샤오밍은 매우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익살스런 표현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어 "중국인이 중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쉬샤오밍의 경우 쉽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다"며 "아내를 생각한다면 쉬샤오밍은 중국이 아닌 한국을 응원해야 한다. 밸런타인 데이에 어떻게 부인과 반대편에 설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중국 대표팀의 내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올림픽 기간 동안 부인과의 접촉을 금지당한 쉬샤오밍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응원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게 됐다. 밸런타인 데이에 소치에서 가장 '가엾은 사나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