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임준혁 기자]㈜STX는 서충일 고문(59)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로써 강덕수 STX 회장(64)은 13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강덕수 회장은 이미 지난해 7월 STX팬오션 대표 퇴임을 시작으로 9월 STX조선해양, 11월 STX중공업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강 회장의 남은 직함은 STX장학재단 이사장과 STX엔진 이사회 의장뿐이다. 강 회장은 당분간 STX장학재단이 있는 서울 도곡동 STX사옥에 출근할 예정이지만 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퇴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지난 1973년 쌍용양회 사원으로 시작한 강 회장은 2001년 사재 20억원까지 들여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면서 STX그룹을 일으켰다. ‘샐러리맨의 신화’, ‘M&A의 귀재’란 별명에 걸맞게 범양상선을 STX팬오션으로 대동조선을 STX조선해양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운 STX그룹은 한때 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랐다. 2001년 5000억원 남짓하던 STX그룹 매출은 2012년 18조8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샐러리맨의 신화도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에 따라 해운업과 조선업이 위축되며 STX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3월 STX팬오션 공개매각 추진에 이어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 전환,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STX팬오션도 법정관리 체제에 들어가고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자율협약 체제에 편입됐다. 강 회장은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려고 자신의 100억원 상당 서초동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
기실 STX 그룹의 위기설은 4~5년 전부터 업계에서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무리한 흡수 합병과 수직계열화된 재무구조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닥칠 것이고 언젠가는 그룹이 공중분해가 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해운, 조선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특히 조선사업의 경우 STX가 크루즈선사업 확장을 위해 유럽의 아커야즈社를 인수한 것 자체가 무모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업계의 중론이었다.
한편 강 회장의 뒤를 이어 STX그룹을 맡게 된 서충일 사장은 부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에 입사했다. 2008년 STX 대외협력본부장, 2010년 STX지주부문 부사장, 2013년 STX 기획조정부문 사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해 말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고문으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