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4 (일)

  • 구름조금동두천 -2.3℃
  • 구름조금강릉 4.6℃
  • 맑음서울 -1.0℃
  • 흐림대전 0.9℃
  • 맑음대구 3.5℃
  • 맑음울산 4.5℃
  • 광주 2.8℃
  • 맑음부산 5.0℃
  • 흐림고창 2.4℃
  • 제주 8.6℃
  • 흐림강화 -1.1℃
  • 흐림보은 0.8℃
  • 흐림금산 1.6℃
  • 구름많음강진군 3.5℃
  • 흐림경주시 4.0℃
  • 맑음거제 5.5℃
기상청 제공

문화

유인촌, 연극 '홀스또메르'로 본격적인 연기 재개

URL복사
[시사뉴스 이상미기자]  "오랫동안 (현장의) 뒷바라지 역을 하다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는데 그간 공백기를 가진 게 아닌 것 같아요. 마치 20대 때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그런 기분입니다. 나름대로 데뷔하는 기분으로 임하고 있어요."

연극 '홀스또메르' 연습 현장에서 만난 유인촌(63)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싱글벙글 웃었다. 머리는 하얗게 샜지만, 연기를 향한 초심은 그대로다. 

1971년 연극 '오델로'로 데뷔한 유인촌은 1974년 MBC 탤런트가 된 뒤 '전원일기' 등으로 인기를 누렸다. 중앙대 강단에 서다가 2004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역대 최장수 문화장관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4월 연극 '파우스트-괴테와 구노의 만남'을 통해 배우로 복귀했다. 공직에서 물러나 8년 만에 배우로 컴백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이 연극의 앙코르 공연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낭독극인만큼 본격적인 연기 재개는 이번 '홀스또메르'가 시작이다. 그는 2005년 이 연극과 영화 '가능한 변화들' 이후 공직으로 '외도'를 했다.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어느 말 이야기'를 극작가 마르크 로조프스키가 각색한 작품이다. 한때 촉망받는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의 입을 빌려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말의 회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산다는 것에 대한 통찰이다. 

유인촌은 늙은 말 '홀스또메르'를 연기한다. 혈통 좋은 말이나 몸에 있는 얼룩 탓에 사랑에 실패하고 급기야 거세까지 당하는 명마다. '세르홉스끼 공작'을 만나 기쁨을 누리지만 결국 늙고 병든 초라한 말로 전락한다. 

유인촌이 이끌던 극단 유가 1997년 이 작품을 국내 초연했다. 그만큼 그에게 각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벌써 이번이 다섯번째인데, 연기할수록 애틋해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야기에요. 초년기를 거쳐 전성기에 이르고 그러면 정년이 되고….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을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죠. 97년도만 해도 기운이 넘칠 때니까 기운으로 했죠. 이제는 정서적으로 할 나이가 충분히 됐습니다."

주변 또래들 중 일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극에 더욱 공감하는 이유다. "그래서 홀스또메르의 더 많은 부분이 공감돼요. 젊어서 잘 나가다 아무 쓸모 없는 삶이 됐을 때 많은 게 느껴지죠. 어떻게 늙어갈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초연 당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도 있다. "당시가 IMF였죠. 자살하고자 했던 청년 실업가가 이 작품을 보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장문의 편지를 보냈어요. 그런 부분이 제게 굉장히 힘을 줬죠. 그게 마음에 아직도 남아 있어요. 올해가 또 말의 해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의미가 겹쳐서 작품에 대한 애착이 더 크네요. 좋은 작품이 흥행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간절함도 있습니다."

공직을 거친 뒤 혹시 연기관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화려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 숨어 있는 진실, 그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많은 것을 생략하고 압축하고 싶죠. 예전에는 뭔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 감추고 싶은 것이 많아요. 무대는 배우의 역이 커요. 기계의 도움이 가능한 것을 제 몸으로 표현하는 거죠. 그런 원초적인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자신이 연극을 하던 1970년대 초나 지금이나 어려운 연극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유인촌은 그러나 이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왔다. 비록 이틀이었지만, '홀스또메르'를 지난해 11월 전남 해남 문화예술회관에서 먼저 선보인 것이 그 예다. 

"물론 지역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좋은 분들이 있지만, 그 숫자가 적죠. 문화와 예술은 서로 자극하는 것이 필요해요. 지금은 서울이 중심인데 전국적으로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는 게 필요하죠. 그래서 나라도 먼저 내려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방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라 아직 서울 공연이 주지만, 점점 지방 공연의 횟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어요. 언제가는 서울 사람들이 지역에 공연을 보러 오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연극은 배우뿐 아니라 작가, 연출가, 스태프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무대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직 "그런 부분이 미흡하다"고 짚었다. 

"대학로에 소극장이 많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해요. 고생을 하더라도 정상이 보이면 덜 힘든데 그것이 없죠. 영화나 드라마에 나와야 비로소 성공한 느낌이 들고. 그런데 연극은 영화, TV와 의미가 달라서 그것을 성공으로 볼 수 없어요. 본질이 다르죠. 연극은 좀 더 종교적이라는 생각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가장 직접적으로 투명하게 거울처럼 전달하죠."

작품의 반은 관객이 완성시킨다는 믿음이다. "관객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저는 '눈을 부릅뜨고 본다'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보면 연극이 나빠질 수 없어요. 예전에는 이대 앞에서 전단지도 많이 뿌렸는데 이번에도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쇼가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차원이죠."

연극을 통한 청소년 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은 유인촌은 '홀스또메리'를 마치면, 소년원이나 청소년 쉼터에서 연극을 교육할 마음이 있다. 이와 함께 소아암·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부산에서 국립암센터가 있는 경기 일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후원금을 모으는 캠페인도 검토 중이다. 앞서 '홀스또메르'의 일부 객석을 청소년을 위해 기부한다. 

연기와 함께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그에게 다시 공직 제의가 올 수도 있다. "나이도 있고, 다시 배우로 시작한다는 마음 때문에 (연기가) 급하다"며 웃었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기 때문에 할일이 많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면 무대는 설 수 없는 곳이에요. 앞으로 10년을 더 할 수 있다고 치면 1년에 연극을 할 수 있는 게 많아도 두 편이니 20편밖에 안 됩니다.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돼요. 평생 해왔던 일을 업으로 이루고 싶어요." 

'홀스또메르'는 1997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작품상과 연출상, 2000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인기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뮤지컬배우 이경미가 홀스또메르의 첫사랑 암말 '바조쁘리하'와 서커스에서 맨발로 말 묘기를 보여주는 여인 '마띠에', 1인2역을 맡는다. 뮤지컬배우 김선경이 이경미와 같은 역을 연기한다. 홀스또메르의 참모습을 알아준 최초의 사람인 세르홉스끼는 서태화가 담당한다. 

5인 밴드와 함께 하는 음악극이기도 하다. 연출 김관, 음악감독 조선아씨 등이 힘을 보탠다. 28일부터 3월30일까지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CGV신한카드아트홀에서 볼 수 있다. 박원묵·지대한·이광열·김기분 등이 출연한다. 5만5000~7만7000원. 극단 광대무변. 1588-0688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여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정면충돌...“특검 도입하자”vs“물타기, 정치공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치권 인사들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현행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의 직무유기도 새 특검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책임 규명과 즉각적 해체는 필수이다. 마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종합특검을 발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이다”라며 “여기에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와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고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이

경제

더보기
은행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과 보험료 등 반영 금지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은행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과 보험료 등의 반영을 금지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3일 본회의를 개최해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 제30조의3(대출금리의 산정)제1항은 “은행은 대출금리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항목을 반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제30조제1항에 따른 지급준비금. 2. ‘예금자보호법’ 제30조에 따른 보험료. 3.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른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4. ‘교육세법’ 제5조제1항제1호에 따른 교육세. 다만, 과세표준이 되는 수익금액의 1천분의 5를 초과하는 금액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 제8조(은행업의 인가)제1항은 “은행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제30조(예금지급준비금과 금리 등에 관한 준수 사항)제1항은 “은행은 ‘한국은행법’ 제55조에 따른 지급준비금 적립대상 채무에 대한 지급준비를 위하여 ‘한국은행법’ 제4장제2절에 따른 최저율 이상의 지급준비금과 지급준비자산을 보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4장 한국은행의 업무 제2절 금융기관의 예금과 지급 제55조

사회

더보기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 가능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59조의3(확정 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 또는 그 등본,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복사(인터넷, 그 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59조의3(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확정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한 판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그 등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판결서 외에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한정하며, 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