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체포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숙청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에 관련해 이는 북한 정권 내 불안정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BBC 방송은 9일(현지시간)북한의 2인자였던 장 부위원장이 하룻밤 만에 반혁명 분자로 몰락했고, 군복 입은 보안원에게 끌려나가는 사진이 TV로 방영되고 범죄 혐의가 상세히 공개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하면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정치적 후견인인 장 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제거됨으로써 김정일 사망 2주년을 앞두고 북한 권력 중심부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언론은 또 전문가를 인용해 이는 북한 정권 내 불안한 신호라고 주장했다.
조지타운 대학 빅터 차 교수는 “비록 지금 김정은이 북한을 잘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매체에 드러나 있지만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것보다 북한 시스템 내에 더 많은 혼란이 있다”며 북한 체제 내부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BBC는 또 데일리 NK의 보도를 인용해 “장성택의 숙청은 국가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을 둘러싸고 지도층 내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식의 경제 개혁 과정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며 “장성택은 김정은이 원하는 부분적 개방이 아닌 중국식의 개혁·개방을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언론은 또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북한 최고 지도부에 일부 정책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언론은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연구위원을 인용해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적 엘리트 세력의 상징”이라면서 “김정은은 그를 숙청함으로써 자신이 ‘자신의 교사’를 능가했다는 메시지를 잠재적 정적들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백 연구원은 장성택에게 주어진 역할은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이고, 성경 속에서 ‘세례 요한’이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을 준비하는 역할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그 역할이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김정은은 작년 당시 군부 실세였던 리영호 총참모장에 이어 장성택 숙청을 통해 부친이 지명한 ‘고명대신(顧命大臣)’이나 자신을 냉대하는 중국 지도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립적인 존재’라는 또 다른 메시지를 외부에 전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북한 정권 내 불안정성과 달리 김정은 정권이 이미 공고한 권력 기반을 다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백 연구원은 수개월 전 북한 TV 방송을 모니터링하면서 김정은이 권력 기반이 다졌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백 연구원은 “김정은이 집권 초기 그의 모습은 분명 자연스럽지 않았고, 때때로 그의 모습은 매우 어색했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는 자신의 위치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개월 전 북한 TV 방송에 김정은이 장성택과 함께 시찰을 간 장면에 방영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김정은은 갑자기 등을 돌려 뒤따라오던 자신의 고모부를 향해 뭐라고 말했고, 장성택은 부하가 장군을 대하는 것처럼 응답했고, 이 모습을 보고 자신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