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장영수)는 5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모자(母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 열람하는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전행정부 김장주(49·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김 국장의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 사무실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개인수첩과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 국장의 신체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안행부의 감찰을 받고 있던 중 검찰의 요청으로 사무실 압수수색에 입회하는 대신 자택에는 변호인이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연가를 내고 정상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국장이 지난 6월 중순 인척(姻戚) 관계인 청와대 조오영(54) 행정관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불법으로 열람·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조 행정관이 지난 6월11일 채군의 이름·주민등록번호·본적을 휴대전화(문자메시지)로 서초구청 조이제(53) 행정지원국장에게 알려주고 가족관계 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날 발표한 바 있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에게 정보 조회를 부탁한 인물로 김 국장을 지목했다.
검찰은 조 행정관한테서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 문자·통화 송수신 내역 등 통신기록을 분석하면서 김 국장과 자주 연락한 정황을 잡고, 두 사람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에서 가족부 조회를 부탁하는 취지의 내용이 남아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신속한 수사를 위해 검사 1명을 새로 충원했다.
검찰은 김 국장이 채군의 신상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나 개인정보를 열람한 만한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 다른 지인으로부터 가족부 조회·열람을 지시받았을 것으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초구청 행정국장,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안행부 고위공무원인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 열람·유출에 연루되면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제3의 인물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국장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포항고,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사회에 입문, 이명박 정부 시절 '영포라인'으로 분류됐다. 김 국장은 주변의 같은 기수에 비해 승진이 빠른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청에서 부이사관(3급)으로 근무하는 등 주로 경북지역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해오다가 2010년 행정안전부로 전입해 지역녹색정책관을 맡았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국장의 출신지나 근무경력 등을 이유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명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우회적으로 김 국장을 통해 채군 모자에 관한 정보를 조회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다만 김 국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간 유착 관계에 대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김 국장은 지역녹색정책관 시절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사업에 다소 난색을 나타내 갈등을 빚다 마침 당시 민정수석실 내에 공석이 있어 안행부에서 파견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국장의 휴대전화 통신기록과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국장을 상대로 채군의 인적사항을 사전 입수한 경위와 조 행정관에게 가족부 조회를 부탁한 사실이 있는지, 채군에 관한 가족부를 열람한 배경이 무엇인지, 채군에 관한 신상정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직무와 무관한 사적인 용도로 썼는지 여부 등을 따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