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박근혜 정부의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진태(61·사법연수원 14기) 전 대검 차장은 검찰 안팎에서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김 내정자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길태기(55·15기) 대검차장, 소병철(55·15기) 법무연수원장, 한명관(54·15기) 전 수원지검장과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받은 뒤 막판까지 소원장과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 낙점됐다. 지난해 말 검란 파동을 추스리며 위기에 빠진 검찰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던 김 내정자가 1년여 만에 다시 위기에 빠진 검찰을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靑 “경험 풍부한 적임자”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27일 인선 발표에서 김 전 차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했다.
현 정부의 선호도에서 김 전 차장과 소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도 막판 경합을 벌여 누가 지명될지 모르는 안갯속 상황에서 다음 주초로 점쳐졌던 발표 시점은 앞당겨졌다.
청와대는 인선배경에 대해 “검찰총장 권한대행, 서울고검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에 신망이 두텁다”고 이유를 들었다.
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 분으로 검찰총장의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도 평가했다. 최근 NLL대화록, 국정원 대통령선거 개입,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수사, 동양·효성 탈세 의혹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해있는데다 일부 지휘라인의 갈등으로 조직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김 내정자의 경험을 중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 특수통…자기주장 강한 ‘훈장’ 스타일
김 내정자는 조직 관리와 업무 측면에서 골고루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아 선후배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김 내정자는 굵직한 대형 사건의 수사경험이 많고 탁월한 분석력·상황판단력으로 주요 정·재계 사건을 처리한 대표적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서울지검과 부산지검 특수부, 대검중수부 연구관, 인천지검 특수부장을 거쳐 대검 중수2과장을 지낸 ‘정통’특수통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검찰이 꼽는 역대 ‘정통 특수통’으로는 대검 중수부 연구관-대검 중수부 3·2과장-서울지검 특수1부장-대검 중수부장 등 '정통 라인'을 거친 이명재(70·1기) 전 검찰총장이 대표적이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종빈(66·5기) 전 총장도 특수통으로 불린다.
김 내정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한보그룹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들을 수사한 특별수사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엄삼탁 전 병무청장 등 거물급 인사들을 상대로 노련하게 수사해 호평을 받았다. 2002년 중수2과장 시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긴바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말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 당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내부의 반발로 물러난 뒤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혼란에 휩싸인 조직의 안정을 일궈낸 것으로도 평가받았다.
김 내정자의 지휘 스타일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 내정자가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어서 불안정한 조직을 강한 리더십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휘 라인간 내홍을 겪은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고 원만히 추스를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훈장님처럼 후배들을 일일이 가르치는 스타일이 내부의 소통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청문회는 잡음 속 통과 전망
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두번째로 검찰조직을 이끌 수장이 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김 내정자가 검찰 내부에서 신망이 두텁고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청문회는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부 ‘잡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김 내정자는 ‘PK’ 출신인데다 청와대 비서실장인 ‘김기춘 라인’이라는 지적을 받아 야권에서는 비교적 관계가 원만했던 채동욱 전 총장과는 사정이 다르다.
야권 한편에서는 ‘파도남'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던 전임자와는 달리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김 내정자의 아들이 병역 면제 판정(사구체신염)을 받은 점도 청문회 전망을 다소 어둡게 한다.
이 외에는 청문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걸림돌이 될 만한 문제가 없다는 후문이다.
김 내정자가 임명되면 국정원 수사를 둘러싼 갈등 등 검찰 내부의 조직을 추스리는 후속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한 대검 차원의 감찰도 빠른 시일내에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검찰개혁 작업도 단계별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