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윤석열 여주지청장 사태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앞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정치 검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자조 섞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23일 ‘검찰 내분’, ‘제2의 검란’ 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시각에 부담을 느낀 듯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검찰 고위간부들은 조직의 동요를 막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신속하게 감찰을 지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간부 이하 검사와 수사관들은 사석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등 쉽사리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은 이번 사태가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 및 검찰 조직의 명운과 직결된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검찰 구성원들은 대체로 윤 지청장의 행동을 두고 '이유 있는 항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부장급 검사는 “이번 사건은 윤 지청장의 말대로 해석에 대한 입장차이가 아니라 위법·부당한 지시에 대한 소신있는 결단으로 봐야 한다”며 “치열하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겠지만 끝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외압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그 지시를 따라야 하는지 여부”라며 “위임전결 위반 논란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지청장이 지난 21일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작심한 듯 폭로전을 벌인 것과 관련해서는 “그 때가 아니면 이야기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국민들에게 사건의 전후맥락을 알리고 국정원 수사팀이 수사 및 공소유지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은 아닌가 한다”고 해석했다.
이와 달리 다른 부장급 검사는 “중요한 사안일수록 정식 절차를 밟아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어야 했다”며“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아쉬워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에 이어 이번 사태가 향후 검찰 조직 및 수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외압을 행사했다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사실은 평소 인품이 훌륭하고 후배들의 지지를 받는 좋은 선배였다”며 “이분들이 외압의 실체로 지목되고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채 전 총장이 남았더라면 아마 수사팀의 방침대로 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외풍을 막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모 검사는“평소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윤 지청장이 좌파검사로 매도되고 그간의 수사성과까지 의심받는 상황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그 누구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겠나. 검찰 구성원이 패배주의에 빠지고 또 다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평검사는 “아래 사람이야 윗사람 지시를 따르는 것이 맞지만 그것이 검사로서의 사명감을 뒤흔드는 것이라면 심각한 자괴감이 들 것 같다”며 “윤 지청장과 같은 검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 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대검 감찰과 관련해 “사실상 ‘윤석열 쳐내기’ 식의 감찰 결과가 나온다면 구성원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