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CJ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파헤친 검찰이 이번에는 효성그룹을 상대로 사정의 칼을 다시 빼들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국세청 고발에 이어 지난 1일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열흘 만에 압수수색을 단행, 수사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한동안 숨고르기를 하던 검찰이 재계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예고하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탈세, 분식회계, 비자금 등이 수사 대상…앞으로 수사 전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11일 효성그룹과 오너 일가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수천억원대 탈세 의혹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받고 있는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가 막을 올렸다.
검찰은 효성그룹 본사와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 조석래 회장과 관련 임원 자택 등 10여곳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경영관련 문건 및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검찰의 수사는 탈세,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의혹, 정·관계 금품로비 의혹 등으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무게를 두고 있는 주요 혐의로는 해외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계열사 비용으로 떠넘겨 1조원 상당의 분식회계로 법인세를 탈루한 의혹, 조석래 회장이 거액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국내 상장주식을 매매하며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 의혹, 효성캐피탈이 조 회장 일가에게 수백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의혹을 꼽을 수 있다.
또한 해외 현지 법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 금융권에서 수천만달러를 차입하거나 역외탈세를 한 의혹, 조 회장 일가가 탈세한 자금을 이용해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해 그룹 측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끼친 의혹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은 세무당국에서 어느정도 기초조사가 무르익은 탈세에 관해 우선적으로 들여다본 뒤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탈세가 이뤄진 구체적인 정황과 시점, 규모 등에 대한 분석에 주력한 뒤 상당부분 윤곽이 드러나면 탈세한 자금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 수사의 줄기는 자연스레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쪽으로 뻗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벌총수 사법처리 가능할까?
검찰은 2008년 9월~2009년 10월 기간동안 1년 넘게 효성 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면서 조 회장을 직접 소환했으나 오너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효성중공업이 일본 법인을 통해 수입한 부품을 한전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3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효성중공업 전 PG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전무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추가로 공사 현장의 노무비를 부풀려 회삿돈 7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지만 효성 건설부문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냈다.
이후 검찰이 다시 효성 그룹의 비자금 수사를 재개하자 그룹 총수인 조석래 회장을 비롯해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 등 오너 일가를 재판에 넘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 회장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는 고모 상무는 국세청 세무조사 단계에서 출국금지 된 상태다. 검찰은 조 회장의 아들과 다른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추가로 출국금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의 지시 아래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탈세 등의 위법 행위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법리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적으로 정착된 경제민주화 기류와 맞물려 최근 기업 비리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모두 엄단하는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재현 CJ 회장처럼 조 회장 일가도 구속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