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이 압수수색에 대해 화를 내며 영장신청을 막는 등 수사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리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검찰 측 신문에서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 서버와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지난해 12월 12일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김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내사 사건인데다 검찰에서 영장을 기각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부터 7년간 수사과장을 지내왔는데 지방청장으로부터 압수수색과 관련된 지시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며 “당시 오전에 수서서장이 김 전 청장을 설득해 영장을 신청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아는데 오후에는 다시 ‘화까지 내면서 영장 신청을 막았다’는 얘길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시 김병찬 서울청 수사2계장이 국정원 여직원 김씨를 참여시킨 가운데 ‘김씨가 동의하는 파일만 열람하라’는 지시를 했다고도 권 과장은 전했다.
권 과장은 “김씨가 노트북을 임의제출한 뒤 김 계장이 ‘수사의 신속성’을 얘기하면서 수사 대상자가 동의하는 파일을 열어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범죄사실의 관련성 여부는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것이지 통상 피고발인으로 하여금 (파일을) 선택하도록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댓글 분석과정에서 ‘검색 키워드’와 관련, “서울청에서 노트북 분석상황을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신속성을 이유로 검색 키워드수를 100개에서 4개로 줄이라고 요구했다”며 “서울청의 축소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2월16일 서울청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수서서장이 ‘서울청에서 행정지시이기 때문에 그냥 따르라’고 했다”며 “당시 수사팀에서는 어떠한 내용인지 분석도 되지 앟았는데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된다고 해 모두 반대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청장은 지난해 대선 전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를 축소·은폐하도록 외압을 행사하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려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서울청 분석팀이 찾아낸 100여페이지에 달하는 정치 및 대선 관련 글을 폐기하고 수사팀에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허위 결과보고서를 건네도록 지시했다. 또 대선 직전 ‘증거 분석 결과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토록 해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