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선거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검찰에 다시 불려 나왔다. 검찰 조사는 퇴임 후 세 번째다.
건설업자로부터 건설공사 수주 청탁 명목 등으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 전 원장이 4일 오후 1시45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원 전 원장은 ‘금품을 받은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에 제대로 사실대로 얘기하겠다”며 짧게 대답한 채 곧바로 10층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원 전 원장을 상대로 공사 수주 인·허가 청탁과 함께 고가의 선물과 현금 등을 챙기고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에 부절적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황보연(62·구속기소)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각종 공사 이권과 관련해 2009년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1억6000만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서울시에서 간부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황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와 2009~2011년 홈플러스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설립 인·허가 과정에 황보건설에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황씨가 원 전 원장에게 건넨 명품 가방·의류, 순금 등의 금품내역인 '선물 리스트'를 찾아내고, 공사를 수주하는 데 도움 받을 걸 기대하고 1억원이 넘는 현금 등을 줬다는 황씨의 진술도 받아 냈다.
또 산림청으로부터 부지를 넘겨받은 이승한 홈플러스 총괄회장을 소환하고, 지난달 산림청을 압수수색 해 인허가 심사과정과 타당성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날 자정 전후까지 원 전 원장을 조사한 뒤 일단 귀가시킬 예정이다. 이후 원 전 원장의 진술과 관련 자료물 분석 결과 등을 비교·분석한 뒤 재소환 또는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앞서 황씨는 2009년 2월~2011년 10월 황보건설과 황보종합건설 법인 자금 23억원을 빼돌리고, 2011년 12월~2012년 2월 금융기관에 허위서류를 제출해 43억7200만원을 부당대출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횡령·사기) 등으로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비난하는 댓글을 달거나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하도록 지시한 혐의(국정원법·선거법 위반)로 지난달 14일 불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오는 8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