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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결여된 박물관의 실수,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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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는 고려 성종 15년(996년)에 제조된 철전(鐵錢)으로 앞면은 건원중보(乾元重寶) 뒷면에는 동국(東國)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 주조 발행된 우리나라 주화는 이외에도 동국중보ㆍ통보(東國重寶ㆍ通寶), 삼한중보ㆍ통보(三韓), 해동(海東)중보ㆍ통보ㆍ원보(元寶)등 전명별로 8종이다. 이중 건원중보 배동국전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나라 국명의 별호 또는 이명을 전명(錢名)으로 사용한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주화제작에 전명으로 왕의 치적이나 햇수를 나타내는 연호(年呼)를 주로 써왔으나 한국은 고려 조선을 통틀어 중국 당시대 연호인 “건원(乾元)”을 쓴 것이 유일하다. 건원이란 당의 연호를 썼되 배면에는 “동국”이란 고려의 별호를 넣었고 그다음 고려전 제조에는 “東國”자를 앞면으로 끌어내어 동국 중ㆍ통보를 제작한 것이다.

고려는 건국초기 주체성과 민족의식이 역대 어느 나라보다 강한 나라였다. 그런데 왜 당의 연호인 “건원”을 썼을까? 건원중보를 만든 해는 고려가 거란과 1차 전쟁(994년)을 치른 2년 후로 서희(徐熹, 940~998)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여 압록강 부근 강동6주의 반환을 인정받았던 시대였다. 이 회담에서 고려는 오랫동안 국교를 맺어온 송나라 연호대신 거란 연호인 통화(統和)를 쓰기로 하여 송과 국교가 단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237년 전의 당나라 “건원”연호를 사용, 두 나라와의 미묘한 역학구도를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시대 당의 건원중보는 동양에서 무역화로 손꼽힐 만큼 잘 알려져 있어 국제성도 고려된 것이 아닌가 한다. 고려가 만든 건원중보 배동국전에 대해 식민지시대 일본인 학자들을 비롯한 국내 학자들까지도 중국의 건원중보를 모방한 주화라고 비하했으나 실물을 비교해보면 우리 것은 돈의 골이 깊고 투박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많은 국가예산을 들여 작년에 개관한 용산 국립중앙박불관을 관람해보니 우리나라 첫 화폐를 전시한 코너에 “건원중보”라고만 쓰여 있다. 배면 “동국”이 들어가야 맞는데도 배면 설명과 사진 없이 전시되어 마치 우리나라 최초의 주화를 외국인들이 보면 중국의 당시대 주화로 착각하게 오류를 범했다. 배면을 볼 수 없으니 제조국이 중국으로 바뀐 꼴이 된 것이다. 실수라고 변명하겠지만 관람객들을 오도시키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04년 12월 발행한 한국의 문양디자인 Ⅲ-별전(別錢ㆍ일종의 옛날 기념주화)책에는 최근에 만든 인사동 모표구사의 기념품인 “태평만세” 오복기원열쇠패(대형별전)를 오래된 유물인양 게재하여 웃음거리가 되었다. 또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화폐전시실에는 조선조 세종 5년 1423년 발행된 조선통보 정자체(해서체) 주화설명 앞에 인조시대(1633년) 발행된 조선통보 전서체(팔분서체) 그림을 놓는 등 실수를 했다. 이밖에도 고전코너에는 제작연대순을 무시하고 뒤바꿔 놓는 등 배열에 혼선을 빚었다.

식민지시대 일본 학자들조차 한국인이 고려시대 그 정도의 치졸한 주화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인데 박물관 전시실에는 고려전 맨 윗자리에 건원중보 배동국전과 같이 전시, 전시품의 옥석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박물관 미술관에는 젊은 큐레이터들이 많이 배치되었으나 그중에는 실물을 다뤄본 경험부족,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더비나 크리스티옥션 또는 유명박물관 도록에서도 이따금 오류가 발견되고 위ㆍ변조된 작품시비로 종종 개막 전에 출품물 취소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권위 있는 기관들은 문제가 생기면 진실한 조사과정을 거친 내용과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투명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박물관의 전시와 유물연구 등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들의 전문적인 안목이 한층 높아져 관람객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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