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이끌어갈 우리가 할 일은 단지 정신을 차리고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독일 사상가 피히테의 그 유명한 연설 ‘독일 국민에게 고함’의 한 대목이다. 2007년 프랑스에서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출간돼 언론과 국민에게 주목받았던 책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장 폴 주아리 지음/ 함께읽는책 펴냄/ 1만5000원) 피히테의 연설처럼, 국민의 사고를 깨우고 있다. 대한민국에게 꼭 필요한 외침이다.
‘그놈이 그 놈’이라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
시민의 주권을 자신들에게로 옮겨오기 위한 정치인들의 고도의 술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뽑은 정치인과 대통령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정치인들의 음모였다. 이 음모는 고대에도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음모를 파헤치려는 철학자들의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이 철학자들의 노력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그들은 당신에게 아침 신문을 읽어 주지도,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치가들을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지도 않는다. 그들은 다만 당신 발이 스스로 걸어 정치 한복판으로 가도록 인도한다. 당신이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듣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도 정치는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메가 파워급 회오리이다.
그래서 시민은 정치인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시민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고, 정치인의 권력은 시민에게서 나온 힘이라는 사실, 시민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섬겨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국민이 지도자를 뽑는 것은 섬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 지도자라는 것이 있기는 했었나? 이제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지도자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다. 지도자는커녕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얼굴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인은 이러한 국민의 무관심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국민들이 계속해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정치는 정치인만의 것이라는 생각을 주입해 왔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 버렸으며, 저조한 투표율이 그 절망을 대변한다.
이념 아닌 사람 ‘국민집권플랜’의 출발점
저자인 장 폴 주아리는 이 책을 통해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을 편협한 이념이나 사회적 통념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꿰뚫어 보고 분석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부터 예견됐던 정치인의 타락에 대해 국민의 감시와 채찍질, 투표권의 행사를 통해 국민이 아직 존재함을 정치인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생활의 문제이다.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만드느냐, 거추장스럽고 헤쳐 나가야 할 늪으로 만드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따라서 정치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정치인도 이념도 아닌 국민이어야 한다.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 빨갱이와 꼴통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 진정한 ‘국민집권플랜’의 출발점, 투표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