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한 학생들 상당수가 이를 '학교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지난달 7일부터 17일까지 여론조사기간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6개월간의 학교폭력 관련 피해실태와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다.
학생은 전국 300여개 학교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총 9001명을 상대로 학교방문 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학부모는 총 3000명을 무작위 전화설문 조사방식으로 진행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심한 욕설이나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 중에는 46.2%만이 학교폭력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들의 무감각해진 측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폭력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는 '범죄예방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 학생들이 어떤 유형의 피해를 더 심각하게 느끼는지에 대해 분석한 결과 '구타'(63.5%), '금품갈취'(60.8%)보다 '집단 따돌림'(76.2%), '소위 빵셔틀 등 심부름 강요'(70.4%)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소위 '일진' 등의 가혹행위가 주로 이런 행태로 일반학생들을 압박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학생 응답자 특성별로는 학교폭력이 '전반적으로 심각하다'는 응답자가 중학생(23.7%)이 고등학생(13.7%)보다 10%나 더 높았다.
'실제 학교폭력을 경험한 실태'에 대해서는 전체 학생의 17.2%가 최근 6개월간 학교폭력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12.2%가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하였는데,
'학교폭력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학부모(45.4%)가 학생(20.3%)보다 25%이상 높게 나타났다.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에 대한 피해사례를 알고 있는 경우는 적지만 최근 주요 정책이슈로 학교폭력이 부각됨에 따라 학교폭력에 대한 불안감은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경찰에서 추진중인 시책에 대해서 학생은 '순찰·캠페인 등 학교폭력 관련 체험프로그램'(31.6%)을, 학부모는 '신고전화 117'(33.1%)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학교폭력 피해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응답은 학부모가 82.6%, 학생은 67.0%로 집계됐다. 다만 학생들의 신고의향이 학부모보다 15.6% 낮았다. 특히 친구의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경우 신고의향은 60.6%로 더 낮았다.
경찰은 일진 등 불량써클이 새롭게 구성되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주력하는 등 중점 추진 과제를 선정하고 교육당국·학부모·NGO등과 공동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이번 조사의 신뢰도는 학생은 95% 신뢰수준에서 포본오차는 ±1.03%p이다. 학부모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1.79%p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