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검찰의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당시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검찰은 관련 증거와 진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의혹'으로만 남겨둔 채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증거인멸을 직접 한 인물로 알려진 장진수 전 주무관은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최종석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하며 '윗선'의 개입을 암시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같은 내용의 상고이유보충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은 기존 진술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증거인멸의 '주범'과 '종범'이 뒤바뀌게 되는 것으로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 관계자는 6일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언론보도에 나온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이 수사 착수의 단서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미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됐고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대법원 재판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도 사건의 본질적인 내용을 뒤집을 수 있는 내용이 나오면 (수사를 위해) 재판은 연기할 수 있다"며 "또 추가로 범행에 가담한 인물이 확인되는 경우 별도로 기소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김종익(58) 전 KB한마음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불법 사찰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총리실의 의뢰로 수사에 나선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완전히 파괴되는 등 증거가 인멸됐다는 이유로 불법 사찰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증거인멸에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지급하는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와 진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거인멸에 직접 관여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7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장 전 주무관은 직접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강한 자력으로 파일 복구가 불가능하게 파기하는 방법)해 증거인멸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