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5일 2차 공천자 명단 및 전략공천지역을 발표함에 따라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공천 결과를 '친이 죽이기'로 규정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의원은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무소속 또는 제3당 출마를 선언해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이 이날 오후 발표한 2차 공천대상자 명단에 따르면 권택기(광진갑), 유정현(중랑갑), 강승규(마포갑), 장광근(동대문갑), 진성호(중랑을), 이화수(안산상록갑), 이은재(용인갑), 김소남(양천·동두천), 백성운(고양일산동구), 이윤성(남동갑), 조진형(부평갑), 윤영(경남거제)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진수희(서울 성동갑), 신지호(도봉갑), 전여옥(영등포갑), 이명규(대구 북구갑), 정미경(경기 수원을) 의원 등 친이계 현역의원의 지역구를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해 사실상 탈락시켰다.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의원 28명 가운데 친이계만 20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낙천 의원들은 물론 공천을 받은 친이계 의원들까지 일제히 반발했다.
친이계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는 개인성명을 내고 "소수의 특정세력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면 새누리당이 제대로 정당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 동작을 공천을 받았지만 "상식적으로 전략지역은 우리의 텃밭이거나 정치적 의미가 있는 지역인데 일부 전략지역 선정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박 위원장에 비판적이었던 의원들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지역이라면 당 지도부는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박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지역에 포함된 전여옥 의원은 보다 높은 수위로 박 위원장을 공격했다.
그는 "박근혜의 그릇이 이 정도라는 것이 안타깝다"며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당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역의원으로서 경쟁력과 여론조사 결과가 뛰어난데 왜 전략공천인지 정치적 속내가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박근혜의 그릇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지역구가 전략공천지역에 포함된 신지호 의원은 브리핑을 열어 "박근혜 비대위가 4년전의 그것(이른바 친박학살 공천)을 거꾸로 하는 보복공천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친이계 공천학살'을 주장했다.
신 의원은 "시스템 공천이 되기 위해서는 공천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여론조사 결과 등 공천지표가 당사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공천 행태로는 당이 치유하기 힘든 분열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이계 4선인 이윤성 의원도 공천 탈락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특정계파에 대한 공천학살이자 분명한 불공정 공천"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공천의 기준과 원칙, 후보에 대한 조사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하라"며 "자료공개에 대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해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경남 거제 공천에서 탈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아예 탈당을 공언했다.
그는 "이번 공천은 사기극으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공천 탈락자 중 양질의 사람들과 상의할 것이고 이것이 무소속연대가 될지 제3당이 될 지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부소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것은 무소속 출마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진행되는 일들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눈치를 보면서 탈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 무소속연대 또는 창당 작업이 일정 부분 진행되고 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