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 원장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하기 전에 몰랐는가"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몰랐다"고 답변했다고 정보위 간사인 한나라당 황진하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원 원장은 "북한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중국과 미국, 일본 등도 몰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각 부대가 19일 오전 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는데 낮 12시 사망 보도 이후 부대 복귀명령이 내려져 훈련이 중단됐다"며 "이를 봤을 때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일 사망은 측근 세력만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19일 오후 12시45분에 북한군 초소에 조기가 게양됐다"며 "17일날 오전에 김 위원장이 죽었다는 것을 북한에서 인지했다면 유무선의 통신량이 급증해야 하는데 통신량 증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원 원장은 김 위원장의 조문과 관련,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에도 조문을 받지 않았다"며 "외국에서 조문객이 오면 북한의 내부 사정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조문·조의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의는 어렵다"면서도 "국회나 정당, 민간 차원에서의 조의는 전향적으로 추후에 논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측에서 북한에 애도를 표시한 것과 관련, "미국측에서 애도를 표시한 것은 북한 지도층을 겨냥한 애도가 아니라 주민에게 표시하는 애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재성 의원은 "한반도가 격량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국정원은 먹통이였다"며 "북한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의 사망 관련 보도 당시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원 원장은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인과 정치인 그리고 모 기업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고 다녔던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뉴스 보도를 본 후에 알았다고 대답했다"며 "결국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사망보도를 전국민과 동시에 접한셈"이라고 질타했다.
또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기업에서 하루전에 김정일 사망설에 대해 물어봤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우리 국정원 수집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일본·중국·러시아 등이 몰랐다는 것으로는 변명이 안된다"며 "우리 나라에는 탈북자들도 있고 민간인 상호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렇게 정보 수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가"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날 북한 조선중앙TV에서 특별방송이 예고됐다"며 "이 방송이 66년동안 10번밖에 특별방송을 안한 것을 고려할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통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직원들이 19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이명박 대통령 생일파티하고 아무일 없이 점심 먹으러 갔다가 방송을 보고 들어왔다고 한다"며 "이것을 본 국민들의 마음이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NSC에 미리 비상사태를 알리고 우리 군이 우방국과 방어체제를 구축했어야 했다"며 "그렇게 했어야 우리 우방국들도 우리에게 믿음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