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8일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이례적으로 마찰이 빚어짐에 따라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청와대는 일단 일본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노다 총리 간에 벌어진 대화 내용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뿐 아니라, 회담의 일부가 아니라 거의 회담 전반을 차지하는 주제로 위안부 한 문제가 언급됐다는 점 등이다.
더욱이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요구에 노다 총리는 오히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한 '위안부 평화비'의 철거를 요구하면서 맞받아쳤다. 위안부 문제를 두고 평화비를 언급하면서 맞대응한 데다, 노다 총리가 철거를 직접 요청한 것 역시 예상 밖의 일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노다 총리의 결단을 재차 요구하고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세워질 것"이라며, 일종의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강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를 놓고 통상적인 정상회담에서 보기 어려운 직접적인 표현들이 오가고, 이견이 대립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한·일 관계가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중 해경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한·중 관계가 예민해진 시점에서 이 같은 일이 빚어지면서, 전반적인 동북아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이처럼 양국 정상이 위안부 문제를 놓고 충돌양상을 보인 것은 임기말에 닥친 이 대통령과 지지율 하락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노다 총리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일단 청와대에서는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공식화한 것에 의미를 두고 일본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0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역사교과서 왜곡 등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함께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회담 내내 위안부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일 간에 정상급에서 위안부 문제를 이렇게 거론한 것은 내가 알기로는 처음"이라며 "실무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큰 용기를 내서 결단해야 할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다 총리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지혜를 낼 것'이라고 한 발언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 이렇게 한 이야기가 어떻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되는지 그걸 잘 봐야 한다"며 "단정적으로 일본이 어떻게 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이 전혀 성의없이 대응을 했구나, 이렇게 굳이 볼 필요가 있겠느냐"며 "일본이 갑자기 '맞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대통령이 강력하게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세게 하실 줄은 몰랐다"며 "대통령이 결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