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13일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틀째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 1호 분향실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정준양 포스코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박철원 전 국회의원 등 정·재계 인사들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전 분향실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내부는 볼 수 없었다. 장례위원회 관계자만이 이따금씩 나와 빈소 상황을 전해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고 박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국무총리로 재임하던 시절 함께 일했던 각료 20여명과 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정치계에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킨데 큰 기여를 한 사람"이라며 "박 명예회장은 유에서 무를 창조한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그런 분이 오래 살아야 나라가 든든할텐데…. 그간 고생을 많이 했고 마음이 아프다"라며 "박 명예회장의 후배들 가운데 좋은 사람이 많이 나와서 나라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강신한 회장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그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조국 근대화의 기초인 일관 제철소를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열정과 뚝심으로 건설하고 세계 유수의 철강왕국을 투지와 정열 하나로 일궈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조문을 하며 박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박성빈씨에게 "(박 명예회장이)항상 좋은 가르침을 줬고 든든한 버팀목으로 의지가 됐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후배들에게 제철보국(製鐵報國),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을 일깨워 줬다"고 고인을 기렸다.
정 회장은 "명예회장의 숭고한 애국심을 이어받아 후배들이 더욱 노력해 국가를 사랑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세계최고의 철강기업이 되겠다"며 "명예회장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조문을 마치고 나와 "정치적으로 본인 나름대로 북한에 관심이 많아 국제정세라든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표했다"며 "우리 국민들이 모두 알 듯 나라가 어려울 때 산업화에 크게 공헌하신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고인은 유언을 통해 가족과 포스코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유언에서 "포스코가 국가산업의 동력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창업 1세대인 포스코 임직원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남은 포스코 임직원들은 애국심을 갖고 일해 세계 최강의 철강국가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가족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고인의 부인인 장옥자 여사에게는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전했고 자녀들에게는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했다.
분향소 내·외부는 수많은 취재진과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였다. 조문객들은 침통한 모습으로 분향소에 들어서 고인에게 애도를 표했다.
김정배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조문을 마치고 나와 박 명예회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고려대가 박 회장에게 100억을 기부받았는데 그때 명예학위를 주려했지만 한사코 거부했었다"며 "미루고 미뤄 2~3년 전에 명예학위를 수여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지난 봄 내가 포스코 청암재단의 고문으로 있어 박 회장과 포항제철을 함께 간 적도 있다"며 "지금 와 돌이켜보니 그것이 마지막 선물이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박 명예회장을 애국심이 투철하고 제철보국의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었다"며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위인이 사라졌다"고 애통해 했다.
고인의 부인인 장옥자 여사와 부산 남성여고 3회 졸업 동기생들은 조문을 마치고 나와 "어제도 조문을 왔는데 장 여사가 어제 보다 많이 나아졌다"며 "말을 걸면 울먹여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고 빈소 상황을 전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조화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고 박 명예회장이 개인적으로 수훈한 충무 무궁훈장, 화랑 무궁훈장,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별도로 제작해 빈소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근정훈장의 최고 등급인 청조근정훈장(1등급, 구 청조소성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유족측 대변인 김명전 삼정 KPMG 부회장은 이날 빈소에서 "박 명예회장이 국가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공로가 인정돼 청조근정훈장을 수훈받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포항, 광양, 일본 등에 고 박 명예회장의 임시 분향소를 마련해 고객사 직원 및 일반인들로부터 조문을 받았다.
임시 분향소가 설치된 곳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로비, 포스텍에 최근 마련된 박 명예회장 조각상 옆, 포항 포스코 본사 대회의실 1층, 포항 지곡동 한마당 체육관, 광양 어울림 체육관, 일본 도쿄 사무소 등 6곳이다.
포항시는 1호 명예시민인 박 명예회장을 위해 자체적으로 문화예술회관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박 명예회장의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