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도 아키오 지음 l 황금부엉이 펴냄 l 9,500원
인간관계 처세술을 보면 ‘화를 내지 말라’ ‘불평불만 말라’ ‘칭찬하라’ 등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을 강요하는 문구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부딪치는 ‘뚜껑 열리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런 성자 같은 면모를 유지하는게 가능이나 하며, 무엇보다 이런 착하디착한 ‘천사관계론’이 통하기나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카도 아키오 작가는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더 이상 착하고 근면 성실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상대의 말과 표정에 답이 있다
고객센터에 불편사항을 접수할 때를 생각해보자고 저자는 말한다.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면 ‘회사 내부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되돌아오지만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린다.
사회생활에서는 때로는 상대방의 생각이나 약점을 파악해 적당히 활용해야 할 때도 있고, 부정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경우도 있다. 생각이나 약점, 비밀 책략 심리 등은 말과 표정, 행동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을 적절하게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안다면 더 이상 ‘관계의 지옥’에서 고민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노하우를 정리한 것이 바로 ‘악인의 지혜’다.
전체 2부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속마음을 읽어내고 상대방을 이용하는 지혜를, 2부에서는 상대방의 나쁜 점을 통해 배우는 처세의 지혜를 수록했다.
‘세상의 거짓말’에 속지말자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악인의 지혜’는 무엇일까?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미팅에서 늦었을 때의 대처법은 통상 전화를 미리 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500미터 전부터 전력질주 하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도 타지 말고 계단으로 뛰어올라가 숨이 턱까지 차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헉헉거리면서 상대방에게 머리를 숙인다. 불만을 터트리려던 상대방은 오히려 ‘우선 좀 쉬세요’라며 말을 건네게 되고 이후 의외의 전개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한다. 어려운 협상을 시끌벅적한 곳에서 하는 것은 어떨까. 그저 큰 소리로 열의의 뜻만 전하면 상대방은 깊이 생각할 여유 없이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통상적인 처세에 대한 신랄한 전복이다. ‘젊을 때 뭐든지 도전하라’던가 ‘쓸모없는 일들도 다 경험이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분별력이 생긴다’는 등의 말이 ‘세상의 거짓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생 선배들은 젊었을 때 무엇이든 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닥치는 대로 도전했다간 인생이 산산 조각날 가능성이 더 많고, 사원들과의 술자리나 사무실 청소 등도 경험이라고 말하는 선배의 말은 자신의 인생이 낭비투성이임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기위안의 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따끔한 설명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