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7일 당 최고위원직을 동반 사퇴했다. 홍 대표를 제외한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이 홍 대표를 비토하며 동반사퇴함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실상 힘을 잃게 됐다.
친박(박근혜)계인 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8시40분 "당은 다시 태어나서 이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퇴를 선언했고, 소장파인 원 최고위원은 뒤이어 8시55분 기자회견을 갖고 "당을 해체하고 건강한 개혁적 보수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퇴했다.
남 최고위원은 9시에 비공개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홍 대표의 동반사퇴를 설득하다 이에 실패하고, 10시께 기자실로 내려와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유 최고위원과 원 최고위원은 사퇴 후의 당 운영 방향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세 최고위원 모두 당의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대한 홍준표 대표의 대응과 당 운영방식 등이 사퇴의 원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홍 대표는 이들과 별도로 오전 11시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 최고위원의 사퇴와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유승민 "당 다시 태어나 국민 지켜야"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당은 다시 태어나서 이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최고위원은 "평당원으로 돌아가 떠나간 민심을 되찾기 위해 미력을 다하겠다"며 "당에 마지막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직 사퇴 배경에 대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부터 고민해왔고 결정적인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건"이라며 "당의 연루 부분은 전혀 밝혀진 바 없지만 사건이 터지고 당이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것에 책임을 느껴 사퇴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별검사제(특검)를 도입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혼란을 줄이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으며, 결과가 나오면 당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최고위원은 "사퇴에 앞서 박 전 대표와 논의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고를 못했다"며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해 결심했고, 회견 직후에 보고를 할 것인데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 "당이 분열되지 않고 화합해 당원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해 당 해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희룡 "9급비서 단독범행 안 믿는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경찰이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지으면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디도스 사건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번주 내에 결과 발표를 할 것으로 보는데, 경찰이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내리면 국민들의 상식적 의문으로 의혹이 더 커지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최고위원은 "더한 말도 하고 싶지만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 된다"며 "상황을 만든 당사자의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강한 개혁적 보수정당을 만들기 위해 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내가 아는 흐름만 해도 (해체 움직임이) 세 갈래"라며 "어떤 그룹이 요청을 해와도 모두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의원들 사이의 체감 온도차가 다르다"며 "영하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고, 봄날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봄날이라고 느끼는 사람과 거기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한나라당 위기의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도 쇄신대상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 자신도 쇄신대상"이라며 "지금처럼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는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가 나와도 안 된다"고 답했다.
◆남경필 "지도부임에도 의견반영 안 돼"
남경필 최고위원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며 "한 명의 국민, 당원의 마음으로 당의 혁신과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특히 "반성부터 시작하자는 내 목소리는 지도부임에도 불구하고 (당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홍준표 대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국민의 경고에 대처하지 못한 당과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회초리를 맞고 있다"며 "혁명적인 혁신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남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동반 사퇴를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홍 대표에게 진심어린 제안을 했지만, 홍 대표는 동반사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를 결심하게된 계기에 대해 "10·26 재·보선 패배 이후 항상 마음속에 맴돌았던 생각"이라며 "실제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정치를 함께 해왔던 의원들이 당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나눈 이후"라고 밝혔다.
이어 "지도부가 물러나서 힘의 공백이 생겨야 새로운 질서가 생길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다"며 "(오늘의 사퇴는) 공간을 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