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가량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에 주력해 온 검찰이 핵심 브로커인 이철수(52)씨를 검거하지 못한 채 2일 미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호철)는 이날 오후 광주지검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에 연루된 대표이사와 대주주, 금융감독원 직원, 금융브로커, 대출차주, 사채업자 등 총 38명(구속 21명, 불구속 1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도덕적 해이 심각한 불법·부실대출 규모
검찰조사 결과 보해저축은행 오문철(59) 대표와 박종한(56) 전 대표 등 임직원의 부실대출은 3400억원에 달했으며, 거액신용공여 한도 초과 등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에 따른 불법대출은 2600억원에 이르는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불법·부실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오 대표는 대출 취급 수수료를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7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불법·부실대출 대가로 4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보해저축은행 대표 사임 후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지난 6월 자수한 박 전 대표는 대출 관련 차주들로부터 2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 대표와 박 전 대표는 불법·부실대출을 통해 모은 자금을 보해저축은행의 부실을 덮기 위한 우량 저축은행 및 캐피탈 인수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해저축은행 대주주인 임건우(64) 전 보해양조 회장은 보해저축은행 유상증자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보해양조 명의의 약속어음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보해양조에 약 42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81억원 횡령, 19억원의 세금 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금융감독원 등 검사·감독기관의 비호
보해저축은행의 불법·부실 경영을 눈감아 주고 뇌물을 받아 온 금융감독원 간부 3명도 기소됐으며 1명은 수배중이다.
금감원 3급 수석검사역인 김모(43)씨는 보해저축은행의 검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받고 보험설계사인 아내의 실적을 올려주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22억원 상당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랜저 차량을 받은 전 금감원 부국장급인 정모씨와 전 금감원 저축은행 검사팀장인 이모(56)씨는 이사비 2억원, 보해저축은행 직원 친인척 명의 신용카드로 1억3600만원을 사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광주지검 목포지청 수사관 김모씨는 도피중인 보해저축은행 오 대표로부터 뇌물 2000만원을 받고 수사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보해저축은행의 분식회계에 가담한 모 회계법인 직원 양모(39)씨도 기소됐다.
◆유탄 맞은 경남 함양군
경남 함양군은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군수가 연루돼 함께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현직이던 이철우(62) 군수와 천사령(67) 전 군수는 보해저축은행에서 무담보로 176억원을 불법 대출받아 구속 기소된 부동산 시행업자겸 금융브로커 박모(46)씨로부터 리조트 건설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각각 2000만원과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 수사에서는 그동안 암약해 왔던 금융브로커들도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들의 직업은 건설업체 대표부터 전 국회의원 보좌관, 금융기관 간부, 전문 브로커 등으로 보해저축은행의 부실을 감독기관이 눈감아 주도록 곳곳에서 암약했다.
이들은 금감원 직원에 뇌물을 전달하거나 정관계 인맥을 이용해 금감원 인사에까지 개입하기도 했다.
전·현직 함양군수에게 뇌물을 제공했던 브로커 박씨는 오문철 대표의 부탁을 받고 보해저축은행의 유동성 규모와 재무 건전성을 높여주기 위해 사채업계에서 1300억원을 끌어 모아 예치해 주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복마전서 한 몫 챙긴 사채업계
검찰은 2009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보해저축은행에 800억원 가량을 예금하고 특별이자 명목으로 39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된 강모(58)씨와 백모(45)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사채업자 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보해저축은행은 2009년 초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 조사를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강씨 등으로부터 사채를 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사채업자 9명과 전주 71명에 대한 소득세 탈루 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해 188억원을 추징하도록 했다.
◆도피중인 금융권 핵심 브로커 이철수
지명수배가 내려진 금융브로커 핵심 인물인 이철수(52)씨는 아직까지 수사망을 피해 도피중이다.
이씨는 보해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캐피탈 등에서 3000억원을 불법대출 받은 혐의 를 받고 저축은행 감사를 무마시키거나 영업정지 전 퇴출저지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삼화저축은행 대주주이기도한 이씨는 기소된 문동성(62) 전 경남은행장과 보해저축은행 오 대표, 모 연금재단 등과 2009년 4월께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고수익기업투자펀드) 조성에도 개입했다.
이씨의 불법대출과 로비에 제1금융권 관계자와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까지 연루된 정황으로 미뤄 정관계 인사가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거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월 광주지검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에서 의원들은 이씨를 검거하지 못한 검찰을 추궁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보해저축은행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불법·부당대출 자료를 예금보험공사, 금감원 등에 통보해 현재 33억4000만원에 대한 가압류 등 채권 보전조치를 취했다.
광주지검 강찬우 차장검사는 "보해저축은행 경영진은 서민들에 대한 대출에 주력하기 보다는 동일인 한도를 위반하면서까지 일부 차주들에게 거액을 대출하는데 주력했으며, 그마저도 적절한 담보를 확보하지 않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강 차장검사는 "이철수씨에 대해서는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함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소재 파악 등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해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1조원, 전국 104개 저축은행 총 자산(84조원)의 약 0.9%, 수신액 9924억원, 여신액 1조800억원에 이르지만 지난 2월19일 영업정지돼 현재 예스저축은행으로 편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