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21일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몇 년 전 참여정부에서 한·미 FTA가 타결됐을 때 저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었다"며 "당시 미래를 꿰뚫어보지 못했던 저의 안목의 부족함을 고백한다. 반성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찬성 입장에 섰던 이유에 대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시장개방을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뉴욕이나 홍콩처럼 금융으로 돈을 버는 나라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3년 전 세계금융의 중심지 월가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미국 월가 시위를 언급하면서 "월가의 시위대는 지금 1% 소수 금융자본의 탐욕을 통제하라고 요구한다"며 "불행하게도 이 정부는 3년 전에 병든 쇠고기를 수입하려다가 국민들로부터 촛불벼락을 맞은데 이어 이번에는 병든 월가 시스템을 통째로 직수입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 FTA의 본질은 탈규제, 신자유주의, 미국의 월가를 따라가는 것"이라며 "지금 월가가 병들어서 고치라고 세계가 아우성인데 한국만 뒤늦게 미국식을 좇아가자고 하는, 시대의 흐름을 명백하게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미 FTA에 대해 '자유무역의 확대를 넘어서서 한국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술했다는 점을 들면서, "이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명백한 주권침해, 경제종속"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미국의 FTA가 미국 국내법과 충돌하면 FTA는 무효다. 국내에서 한·미 FTA와 우리 법이 충돌하면, 우리 법은 무효"라며 "2층집에 비유하면 2층에 미국 국내법이 살고 있고 1층에 한·미 FTA가 있고 국내법이 지하실에 있는 격"이라면서 불평등 조약임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정 최고위원은 야권이 추진하는 '통상조약의 절차 및 국내 이행에 관한 법률'의 처리와 함께, 총선 결과와 한·미 FTA 처리의 연동을 요청했다.
그는 통상절차법과 관련해 "핵심은 '어떤 통상조약도 우리의 경제주권과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라며 "국회는 FTA 강행 처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여당은 이 법 처리에 우선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비준안 처리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자. 미국 의회는 4년 동안이나 끌면서 국익을 챙겼는데 한국 국회는 다음 주에 강행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들이 참여하는 내년 4·11 총선 결과에 따라, 국민의 심판에 따라 FTA를 결정하자"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