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줬다는 200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은 실제 SLS관계자가 사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을 통해 해당 상품권 번호를 조회한 결과 실 사용자는 신 전 차관과 무관한 SLS관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의 권유에 따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에게 2008년 추석 때 3000만원, 2009년 설 때 2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2000만원 상품권은 신 전 차관과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클리어됐다"며 "3000만원 상품권은 사용여부와 구매내역 등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이 회장이 2000만원 상품권의 구매 영수증을 제출하자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용처를 추적해 왔다.
검찰은 또 이 상품권을 사용했다는 SLS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업상 로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수사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3일 동시 소환된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은 각각 다른 방에서 보강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특히 2007년 대선 직전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에게 안국포럼 지원 명목으로 1억원을 제공했다는 주장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당초 두 사람 사이 진술이 엇갈린 부분을 확인한 뒤 대질신문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쪽이 대질을 거부하고 있어 현재로선 대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출석한 이 회장은 검찰 수사에 불만을 터뜨리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회장은 "자료를 다 냈는데 검찰이 왜 신빙성을 따지는지 모르겠다"며 "수사방향과 목적·결과를 정해놓고 내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할 자료를 축적하는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신 전 차관만 부르고 나머지(다른 의혹)는 조사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어 출두한 신 전 차관은 1차 소환조사 때와 달리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신 전 차관은 일부 금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10년에 걸쳐 10억원대의 돈과 상품권, 법인카드, 차량, 여행경비 등을 지원했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