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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사건 1주년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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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충돌의 뇌관, 북방한계선의 역사적 진실
서재정 -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국제정치학

1년 전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 희생자는 사망한 장병 46명과 그 가족이라는 데 이의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로 파생된 여파는 남북관계를 커다란 격랑에 출렁이게 했고, 이 와중에 연평도 포격이라는 또다른 비극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으로 시작된 격랑은 바야흐로 소용돌이가 되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를 전쟁의 위기로 휘몰아쳤다. 천안함사건 일주년을 맞아 그 소용돌이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이 할퀴고 남긴 상처는 도처에 남아 있다. 그 소용돌이의 진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소용돌이의 근원은 아무래도 한반도 분단이다. 천안함 침몰이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건, 남북분단 상황에서 군대를 키우고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와중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천안함 침몰은 예외적 사건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사건이 터질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단이고 군사적 대립이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지 않고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결하고 있지 않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고, 역으로 분단과 군사대결이 지속되는 한 어떤 모습으로든 터질 수밖에 없는 인재가 아니었던가.

천안함, 연평도 … 화약고로 변한 서해

미사일과 핵무기가 횡행하는 한반도 어느 구석이라고 분단의 위협에서 자유로울까만 그중에서도 서해는 화약고 중의 화약고라고 할 것이다. 육지에는 적어도 확실하게 그어진 군사분계선이 있고 그 남북으로 비무장지대가 있기라도 하지만 서해는 합의된 분계선조차 없는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있기 전에도 이 수역에서 수차례의 군사충돌이 있었고, 북방한계선을 군사력으로 지키겠다고 군사훈련을 벌이는 와중에 천안함도 침몰하고 연평도 포격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는가. 이 지역이 이렇게 특별히 위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KPA Journal이 공개한 미 중앙정보부의 비밀문서는 그 이유가 ‘사고방지 조치’라는 아이러니를 폭로하고 있다. 1974년 1월 <서해한국도서>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비밀문서는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한국 해군의 북진을 규제하기 위해 북방한계선을 1953년 8월 30일 한국 해군에 전달했다는 통념과 달리 “1960년 이전에 북방한계선이 설정되었음을 시사하는 문서는 찾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 비밀문서는 “북방한계선이 1965년 1월 14일 유엔사령부 해군구성군 사령관의 명령으로 설정”되었고, 이 북방한계선의 ‘명백한 선례’는 “같은 사령관(유엔사령부 해군구성군 사령관)이 1961년 다른 이름으로 설정한 선”이라고 지적한다. “북방한계선의 유일한 목적은 특별한 허가 없이는 유엔사 해군 단위가 이 선 이북으로 항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북방한계선이 적어도 두 군데에서 확실히 북한영토라고 추정되는 수역을 가로지른다”는 이유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사고방지 목적의 북방한계선이 군사충돌의 원인으로

그렇다면 유엔사령부 해군구성군 사령관이 아군 선박의 북진을 막기 위해 설정한 북방한계선이 언제부터 북 선박이 남진해서는 안되는 해상경계선이 되었는가?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북방한계선이 왜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군사력으로 지켜야 하는 전선이 되었는가? 군사력으로 막겠다고 하다가 사람이 죽고 군함이 파괴되고 포탄이 날아다니는데도 불구하고, K-9 자주포를 늘리고 정밀미사일을 도입하고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해야 한다는 맹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사고방지라는 원래의 목적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는 이제 ‘즉각타격’ 준비태세와 ‘선조치’ 주문만 횡행하고 있다. 반세기 전 사고방지를 위해 유엔사령부 해군구성군 사령관이 내린 명령은 21세기에 들어서 국지적 군사충돌의 원인이 되고, 한반도 전체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을 수 있는 불씨가 되어버렸다.

북방한계선이라는 사고방지 조치가 남북 군사충돌의 구조적 불씨라면, 이 구조적 불씨가 실제적인 군사충돌로 비화하게 된 구체적 계기는 천안함 침몰이었다. 침몰 원인을 국회와 국민 앞에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규명하는 대신 국회 특위는 파행으로 끝났고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에게는 재갈이 물려졌다. 이견을 표명하고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은 고소를 당하고 침묵을 강요받았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가 국가안보라는 명분 앞에 순식간에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제기되는 의혹을 외면한 정부는 한점의 의혹도 없다는 듯이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남북교류를 중단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했다. 북이 이에 격앙되게 대응하는 와중에 연평도 포격과 같은 비극이 발생한 것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동북아 군사긴장으로 번진 천안함사건

‘사고방지 조치’는 어쩌다 한반도 참화의 불씨가 되어버린 것도 모자라 2010년 동북아시아를 군사적 긴장으로 휘몰아갔다. 천안함 침몰 직후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서해에 파견하여 군사력 시위를 했고,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자체 군사훈련을 다그치고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시위를 했다. 통상문제와 환율 등 갈등요인을 안고 있었던 미국과 중국은 서해 위기를 기회삼아 한반도 주위에서 ‘그림자 힘겨루기’를 해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초 정상회담에서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긴요한 중요성”을 최우선 순위로 합의, 서해에서 시작한 불똥이 G2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막자는 데 의견일치를 이루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를 평화적·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삐를 조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미 항공모함 레이건호 등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대신 재난구조에 동원된 것이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것인가.

하여 천안함사건 일주년을 맞아 다시 묻는다. 남북이 군사력을 행사하고, 이를 핑계로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도록 몰아간 이유는 무엇인가? ‘사고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북방한계선이 ‘사고뭉치’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분단이다.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그리고 이 분단과 대립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살고 있는 우리다. 결국 군사적 대결에, 민주주의의 훼손에 길들여진 우리 모두가 천안함 46명 장병의 살인자고, 충돌의 원흉이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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