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을 돌아다니다 보면 무척 재미있는 먹거리 현상(?)과 마주친다. 적어도 한인타운 내에선 영어가 필요없을만큼 한국인 이란게 거리낄게 없지만 음식 만큼은 한국과 다를게 없다 여겼다간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LA서 뜨는 음식, 망한 요리
LA 한인타운엔 설렁탕, 곰탕, 해장국에서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 여기에 불고기, 삼겹살, 족발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는거 빼놓곤 다있다.
여기까지야 두말하면 입이 아픈 사실. 하지만 가만히 눈여겨 보면 한국이 아니기에 특별히 인기를 끄는 음식들이 있다. 당연히 한국에선 인기가 있어도 이곳에선 여지없이 실패하는 음식도 있다는 말이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번호표를 빼들고 순서를 기다려가며 교포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북창동 순두부'다.
이 순두부란게 한국에서야 이것저것 고를 음식 없을때 쉽게 주문하는 정도지만 이곳에선 얘기가 다르다.
싱싱하고 큼직한 생굴에, 조개, 도톰한 새우 두세마리가 얹어진 채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거리는 순두부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도는데 생계란 하나 톡 깨서 뚝배기에 풍덩 익혀먹는 맛이란 그야말로 굿.
여기에 콤보라고 하던가, 갈비와 순두부, 불고기와 순두부, 혹은 햄, 야채 등이 곁들여지면 북창동 순두부는 또다른 변신을 하고만다.
LA엔 라면집이 없다?LA한인타운엔 한국음식이라면 없는게 없지만 라면전문집 같은건 좀체로 찾기 어렵다. 한국처럼 동네한바퀴 돌다보면 적어도 서너곳에서 마주칠법한 분식집, 즉 즉석김밥이며 각종 라면집이 여긴 눈에 띄지 않는다.
LA이민 100주년을 맞았다는 이곳 교포들은 일단 라면, 밀가루 이런게 지겨웠기 때문일까.
우연히 LA타운에서 만난 모 일간지 기자가 들려준 얘기대로면 이곳에서 라면은 식사취급을 받지못한다.
집에서는 각자 끓여먹을지언정 나와서는 좀체로 안 사먹는다는 것. 또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여기선 한국처럼 소위 퓨전음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생각하고 여기서 그럴듯한 퓨전레스토랑 하나 내려한다면 그야말로 낭패볼 생각을 꼭 하라는게 이지역 음식업 종사선배들의 고언이기도 하다.
굳이 퓨전음식으로 이국 음식의 정취를 달랠필요 없이 LA엔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아프리카에서 남미,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선택할 음식이 곳곳에 소재하기 때문이라는 것.
보신탕 대신 염소탕?
재밌는 음식얘기 하나더. 한국에선 도저히 안 먹고는 그냥 보내기 어려운 여름 보양식 보신탕 갈증을 이곳 LA에선 대신 염소탕으로 달랜다. 왠 흑염소? 한약방이 많나?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란다.
의외로 염소고기의 씹는 맛과 국물맛이 고국의 보신탕 뺨친다는 말이다.
한국과 달리 나른한 봄날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따스한 11월의 LA라지만 다소 쌀쌀한 저녁이 오면 어김없이 삽겹살, 감자탕, 돼지갈비집들이 교포들의 발길로 북적대는걸 보면 그래도 입맛은 어쩔 수 없는걸까.
LA세선 한국처럼 삼겹살을 쌈에 싸먹지 않고, 배추 겉저리 무침으로 대신하는게 좀 다르고 돼지갈비는 연탄불에 구워낸 듯 까실하게 뼈에 붙은 살째로 고소하게 구워내 소주 맛을 한결 더해놓는다.
또 한국사람들은 좀체로 맛볼 수 없는 은대구조림도 LA에선 꼭 맛보고 가야할 한인타운의 별미라고 하니 먹어보고 확인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