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다. 이미 홍 전 대사의 수사는 예견됐던 바지만 이날 그의 출두현장에서 취재진은 그가 전 중앙일보 회장이었다는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홍 전 중앙일보 회장의 출두현장인 서울중앙지검의 아침은 말그대로 '사주를 지키려는' 중앙 기자들의 보디가드 영화같았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오전 10시께 민주노동당 당원과 X파일 공대위 관계자 십여명은 목청껏 '이건희, 홍석현을 구속하라'는 구호와 함께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1분여도 채 안되는 찰나, 그와 민노당 관계자들은 몸대 몸으로 엉켰다.
당황한 건 홍 전 대사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수호천사처럼 홍 전대사를 보호하듯 나선 이는 바로 그가 회장직을 지낸 중앙일보의 기자. 그는 '홍석현을 구속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의 목을 그 자리에서 팔로 조른 뒤 옆으로 내동댕이 쳤다.
틈새를 이용해 황급히 검찰청 건물로 들어가버린 홍 전 주미. 이 짧은 해프닝은 하지만 긴 씁쓸함을 안겨놓았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이날 사태에 대해 "중앙일보 기자들은 1999년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탈세혐으로 검찰에 출두할 때처럼 이번에도 보디가드 역할을 대신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과 X파일 공대위도 "사장님 경호는 기자가 할일이 아니다"며 중앙일보가 이성을 가진 언론인의 매체이길 아프게 꼬집었다.
'사주의 주구 노릇'대신 '언론인'으로 돌아오라는 질타는 과연 이날 검찰청 안에만 머물던 찻잔속 태풍이었을까. 이튿날인 11월17일자 중앙일보 보도는 정치면 내지 최하단에 짤막하게 언급돼 있었을 뿐이었다.
불과 얼마전 중앙일보를 아끼는 독자들에게 한 약속, 언론인으로서의 정도를 걷겠다는 그 약속은 과연 지켜진 것일까.
이날 홍 전 주미대사는 X파일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정치권과 검찰 등에 제공해 언론과 정치권, 검찰, 그리고 재벌간 비리사슬의 몸통으로 검찰의 출석통보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