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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사정]출판인 고 김성재 편

  • 등록 2005.10.18 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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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판인들이 70년대 초 유럽여행을 떠났다. 다들 외국여행에 경험이 없는 처지여서 일행 중 누군가가 일본인 관광단에 끼어 관광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일본인의 일원이 되어 관광을 하게 되었는데 김성재는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 혼자 귀국해 버렸다.

일제시대 학교를 다닌 김성재는 영어가 짧았다. 70년대 중반 외국에서 편지가 오면 편집부 여직원들에게 해석하라고 건넸다. 그러나 독학으로 영어를 익혀 93년에는 『편집자란 무엇인가』란 번역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위의 두 사례는 50년 동안 한국학 학술도서를 일관되게 펴낸 도서출판 일지사(一志社 ) 대표였던 김성재의 자존심과 학구적인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일화들이다.

스물여덟에 일지사 창립
김성재는 해방 직후 서울대에서 우리말에 대한 단기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하면서 우리말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 스승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던 최현배 선생 같은 어문학자들이었고 스승들의 우리말 사랑과 민족적 아픔을 체득했던 그로서는 일본인의 일원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모로 받아들였다.

젊은 시절의 이런 경험은 일지사가 국문학과 관련된 책을 시작으로 한국학 전반에 대한 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펴내는 초석이 되었다. 23세의 나이에 당시 중학생들의 표상이었던 잡지 『학원』의 편집장을 거쳐 스물여덟이 되던 1956년, 일지사를 창간한 김성재는 초기에는 학습지 만드는데 열중했다. 출판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교정, 교열에서 이미 남다른 실력을 자랑했던 그는 대학입시를 위한 국어 학습참고서를 만들었고 이어 중학생을 위한 국어 문제집과 다양한 국어 참고서를 만들어 나갔다. 국어 참고서하면 ‘일지사’였고 그래서 신학기마다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이 때 번 돈이 이후 소신있는 출판사로 나가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일지사의 60년대 중반부터 75년까지 일지사에 근무했던 이기웅 열화당 대표는 “70년대 초반까지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는 4지 선다형 문제를 만들던 기억이 난다”면서 “내가 이런 것이나 만들겠다고 출판사에 들어왔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 때면 사장님과 술 한 잔 하면서 출판이란 문화에 대한 소명의식의 표현이라며 뜻있는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러면 사장님은 말없이 듣곤 하셨다”고 말했다.

김성재는 70년 중반부터 학술서 출판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공헌도가 가장 높은 것이 학술서 출판이고 그래서 학술서뿐만 아니라 문화적 의의가 큰 모든 분야의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김성재는 이미 60년대 초반부터 선구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1961년에 이미 이병기의『국문학개론(國文學槪論)』을 펴냈고, 소설가 이범선의『피해자』, 이상보의『박노계 연구』등을 발간했다.

나라도 못할 일을 혼자 해내다
김성재 하면 무엇보다 한국학 계간학술지『한국학보』가 떠오른다. 나라도 못할 일을 혼자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업을 그는 1975년(겨울호)부터 2005년(가을호)까지 만 30년 동안 해냈다. 통권 120호를 내면서 종간된 이 학술지는 마치 김성재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무엇보다 이 학술지는 국어국문학, 국사학, 민속학, 인류학, 고고학, 미술사학 등 한국학 전반에서 젊은 학자들에게 발표기회를 제공하여 논문마다 일정한 수준을 지니고 있어 남다른 평가를 받았다. 창간 당시 미술사학자 김원룡 교수조차 “두서너 번 내고 집어치울 텐데 뭣 때문에 내려고 하느냐”하면서 만류하기도 했다. 이기웅 씨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문적인 계간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은 거의 신화적인 일입니다. 한 출판사의 기획과 청탁으로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동안『한국학보』는 궁중복식이나 의례, 미술사, 문헌사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빈틈을 메우는 책이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서지학적 값어치가 있는 『한국어도보(韓國魚圖報』
김성재가 펴낸 책 중 서지학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꼽히는 것의 하나가 어류학자 정문기 박사의 『한국어도보(韓國魚圖報』이다. 1977년에 발간된 이 책은 어류의 사진을 제대로 찍고 또 계보를 잘 정리해 만든 것으로 최근까지도 이 분야 유일한 책이었다. 저자의 탁월한 원고와 출판사의 기획과 편집이 빚어낸 명작으로 꼽히는 이 책은 서지학에서 문화재급으로 꼽힐 만한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술과 서예 분야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김성재는 이후 굵직굵직한 미술사 관련 책을 출판했다. 김원룡의『한국고고학개설』,진홍섭 편저로 한문자료집인『한국미술사자료집성』(전 9권), 역시 진홍섭의 『한국의 불상』, 안희준의 『한국회화사』, 강경숙의『한국도자사』등이 그런 책들이다. 일지사가 지금까지 펴낸 학술서는 6백여종으로 70년대 중후반에 가장 왕성하게 책을 펴냈고 이후 80년대 이후 직원이 줄어들면서 매년 15권 정도를 펴내고 있다.

판매에 앞서 책의 가치를 따지는
일지사의 김유진 편집장은 “사람들이 ‘일지사’, ‘일지사’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며 “기본적으로 출판사는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책을 출판하지 않는데 일지사는 필요한 책이라면 판매가 안되더라도 찍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일지사가 찍는 학술서의 초판은 대개 5백부 정도이고 10쇄를 해봐야 5천부에 불과하다. 어떤 책은 10년 동안 5백부 밖에 팔리지 않았는데도 절판시키지 않고 다시 5백부를 찍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보통 출판사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유진 씨는 “출판인으로서는 조금도 잘못된 것을 안 하려고 하셨습니다. 출판인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얼렁뚱땅이 허용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전부가 출판밖에 없는 분이었어요. 출판에서 뭐가 잘못됐다 하면 사람을 안 만나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인간적으로는 팍팍하다고 할 수 있고 까다롭기 그지없는데 출판에 대해서는 뭐라고 흠을 잡을 수 없는 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기웅 씨는 “정직하고 강직한 분으로 우리 것에 대한 애착과 정체성에 대한 강한 집념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어느 면에서는 사람을 가리고 배제하고....싫어하는 사람이 반감을 사게 하는 요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 대해 6.25를 거치면서 많은 고생과 마음의 상처를 입어 이를 안으로 삭히면서도 약간의 자해성(自害性)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글 | 김예옥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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