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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을 변론한 수작 <더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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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원 - 영화평론가, 延 영상문화연구소장

<더 퀸>(The Queen, 2006)은 흔하디흔한 폭력이나 정사 장면 하나 없이 밋밋하게 진행된다. 그래서일까? 미국 개봉 당시 단 3개관으로 출발했으나, 영화의 작품성은 물론이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무려 500% 이상의 스크린 수 증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그럼 애초에 흥행을 기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이 영화가 현재 생존하고 있는 영국 최고의 권력자들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관객의 흥미를 자극할 ‘허구’나 ‘각색’이 상당히 제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를 제작하는데 적지 아니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엘리자베스 2세(헬렌 미렌 분)와 토니 블레어(마이클 쉰 분) 등 실존 인물을 맡은 배역들이 외모는 물론 풍기는 이미지가 관객의 공감대를 얻어야 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다가는 행여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한때 프랑스에서 논란이 일었던 <샹 드 마스의 산책자>(Le Promeneur du Champ-de-Mars, 2005)와 법정으로까지 치달았던 <그때 그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이다. 더욱이 이 두 영화의 소재인 미테랑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은 고인이 된 상태에서 제작되었던 반면, <더 퀸>의 등장인물은 현재 거의 모두 실존하고 있다. 즉 영화가 담고 있는 이미지가 현재 진행형이므로, 그만큼 ‘표현의 자유’라는 항해가 ‘명예훼손’이라는 거대한 암초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애시당초 그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더 퀸>이라는 타이틀이 풍기는 것처럼 철저하게 엘리자베스 2세를 중심으로 영국 왕실을 대변 내지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9월 6일 국장으로 장례식이 거행되기까지 일주일간 긴박하게 돌아가는 언론과 민심 그리고 이에 대한 영국 왕실의 대응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토니 블레어 총리는 다이애나가 영국 국민에게 ‘민중의 왕세자비’로 각인되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서, 신속하게 그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여왕에게 민심의 향배를 일러주며 조문이나 성명서를 택할 것을 권고하는 총리. 허나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여왕. 심지어 아들 찰스도 다이애나가 국민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을 들면서 어머니를 설득하려 하지만, 여왕의 입장은 변함없다. 이혼한 이상 더 이상 왕실의 사람이 아니므로, 영국 왕실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결국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인한 영국 국민의 슬픔은 비정한 영국 왕실을 향한 분노로 바뀐다. 이에 편승하는 각종 언론들. 힘들게 버티던 여왕도 영국 왕실을 폐지해버리자는 국민들의 위협에는 더 이상 맞서지 못한다. 조문하고 방송을 통해 성명하고 국장으로 장례식을 거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이제까지 힘들게 버텨왔던 여왕으로서의 권위와 명예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된다.

이 영화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다이애나라는 인물을 상반된 시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즉 실제 방송 화면에 비쳐진 다이애나의 모습에는 비키니 차림으로 애인과 함께 있는 선정적인 장면이 있는 가하면 지뢰제거퇴치운동 등 사회봉사활동에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 대칭적으로 부각된다. 한편 여왕에게 있어서 다이애나는 단지 자식들을 버리고 이혼한 채 자유분방하게 스캔들을 일으켜 왕실의 골치를 썩이는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다이애나의 사망에 대해 냉정하게 처신하여 국민들로부터 적대감을 받기까지 한 여왕을 동정하고 국민의 이러한 행동을 부정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는 이가 바로 토니 블레어 총리 역이다. 분노한 국민들을 무마하기 위해 여왕에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권했지만, 그 역시 여왕에게 상처를 준 데 대해 가슴아파한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수준을 너무 경시하는 것이다. 영국 국민 역시 다이애나가 자식들을 놔둔 채 이혼하고 여러 스캔들을 일으킨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결혼생활에서의 다이애나가 겪었을 그 외로움도 잘 알고 있다. 분명한 것은 다이애나의 이혼에는 그녀 못지않게 남편인 찰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카밀라 파커 볼스와 밀회를 즐김으로써, 아내를 고통스럽게 했다. 물론 그 후 다이애나 역시 정부를 두었지만 말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필자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사항이다. 바로 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 지였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단순 교통사고라는 전제 하에서 극을 이끌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설정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지만, 필자에게는 아쉬운 점이었다. 역사학에서 ‘음모’와 ‘배신’만큼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영국 왕실이 다이애나의 죽음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오고, 실제로 최근 영국의 진상조사단에서도 살해가 아닌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선뜻 수긍이 가지 않은 이유는 뭘까?

다이애나의 죽음이 당장은 영국 왕실에게 곤란을 겪게 하겠지만 그보다 그녀의 재혼으로 야기될 왕실 권위의 추락이 더 큰 위해 요소가 아닐까. 아무리 영국 왕실이 황색지의 단골 소재이지만, 분명 과거 대영제국의 권위를 상징하고 막대한 관광수입에 일조하는 것이 현재 왕실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더욱이 다이애나는 과거 자신의 불륜 상대자였던 왕실 경호원 배리 매너키가 교통사고로 죽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고를 가장한 비밀요원에 의한 암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싼 무수한 추론과 억측은 좀처럼 사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설사 단순 사고사라는 명명백백한 증거가 나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갑자기 올리버 스톤의 ‘JFK’가 떠오른다.

 

* 본문은 Segye.com에 실린 내용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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