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명을 기소했다. 지난 2023년 7월 채수근 해병 사망 사고 발생 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은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용서류무효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행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제141조(공용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제1항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압에 가담한 혐의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국방부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등도 기소했다.
순직 해병 특검팀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19일 채수근 해병 순직 이후 해당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석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격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 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관들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기 위해 국방부와 대통령실에 위법한 지시를 내려 수사의 공정성, 직무수행 독립성, 국민 기본권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채수근 해병이 무리하게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수사단은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지목했다.
이러한 수사 결과는 당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순차로 보고됐고 아무 이견 없이 결재가 이뤄졌다.
하지만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다.
이때부터 대통령실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조직적인 직권남용 범행이 시작됐다.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수사 결과를 바꾸기 위해 관련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유재은 당시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정훈 대령에게,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각각 연락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바꾸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해병대수사단은 사건 기록을 경찰에 넘겼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국방부에 이를 회수할 것을 지시했다.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박정훈 대령 보직해임과 항명 수사 등을 지시했다.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은 박정훈 대령을 보직해임했다.
김동혁 당시 국방부검찰단장은 박 대통령을 집단 항명 수괴죄로 입건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정당하게 직무 수행 박정훈 대령에게 조직적으로 보복”
현행 군형법 제44조(항명)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3. 그 밖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제45조(집단 항명)는 “집단을 이루어 제44조의 죄를 범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적전인 경우: 수괴는 사형, 그 밖의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2.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수괴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그 밖의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3. 그 밖의 경우: 수괴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그 밖의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채수근 해병 사건 기록은 국방부 장관 소속에 있는 국방부조사본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도 임성근 전 사단장의 혐의를 인정하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를 변경시켰다.
특검팀은 박 대령의 기소가 부당한 것으로 판단해 항소를 취하했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실행 행위를 분담해 직권남용 범행을 저질렀고 군·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직무 수행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각 부의 장관을 통해 수사기관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으나 그 권한은 법치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따른 수사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의 일반적·선언적 의미다”라며 “이를 넘어 특정 사건에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는 수사의 공정성 및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의적인 수사 및 법 집행으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어 허용되지 않는다”며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팀은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권한 침해를 넘어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한 박 대령에게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보복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이번 사건을 '중대한 권력형 범죄'로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