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한 발행인
한국판 ‘오일게이트’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닺고 있다. 철도공사 유전사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지난 8일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당시 철도청장)에 대한 긴급체포한 데 이어 9일에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집과 사무실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뿐 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기명씨에 대해서도 이 사건의 핵심 유력인사로 지목하고 소환·조사를 계획중에 있다. 이와함께 검찰수사가 진행될 수록 등장인물 역시 다양화, 단계화 되가고 있는 느낌이다. 검찰은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지난해 8월 김세호 당시 철도청장의 지시로 청와대를 방문해 유전사업을 보고한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고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을 불러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했다. 또 특가법의 배임혐의로 구속된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이 같은해 8월 중순께 유전사업 추진 내용을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광범위하고 다각화하고 있는 데에는 철도공사의 사업 참여에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은행 대출, 산업자원부 사업승인 과정과, 유전사업 과정에서 핵심인물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대표 허문석씨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북한 모래사업을 논의하게 된 과정에 도움을 줬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청와대의 ‘보고 누락’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포함돼 있다.
수사방향도 설정돼 있고 등장인물도 어느정도 정리돼 있는 사안을 감안할 경우 ‘수사의 끝’이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은 다르다. ‘실체규명’이 먼저라는 것이다. 허문석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의 실체가 어디에 있으며 누구말이 옳은가 등을 밝혀내야 한다는게 검찰의 생각인 것 같다.
허문석씨 검거가 열쇠
한국철도공사 간부들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무리한 투자를 강행할 수 있도록 밀어준 권력 실세가 과연 누구인지 검찰뿐 아니라 온 국민들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구속된 전대월씨는 “이광재 의원이 허문석씨에게 소개 전화를 해줬고 허 씨의 안내로 이기명씨 사무실에 찾아갔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혔다. 또 전 씨는 “이 의원이 소개해 주고 이 씨도 관여하고 있으니 사업이 잘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검찰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기명씨는 허문석씨가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 직전 통화를 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구속된 전대월씨 등을 상대로 어느 정도의 의혹을 밝혀내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성 싶다. 문제는 허문석씨의 입국여부다. 검찰은 기소를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최소한 해외 도피 중인 허문석씨가 귀국해야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허문석씨의 검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두 이 씨의 오일게이트 관련 의혹의 철저한 규명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