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의도 1번지 국회. 293명의 국회의원과 500명이 넘는 기자들이 365일 북적대는 곳. 본지는 이번 호부터 정치1번지 국회에서 튀는 의정활동으로 주목받는 국회의원들을 이슈인터뷰 형태로 만난다. <편집자주>
최 순 영 │민주노동당 의원
또 터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신학기를 맞아 식중독 발생이 우려되는 학교위탁급식소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한 122곳이 적발됐다. 사용할 수 없는 재료를 넣어 음식물을 만들다 들통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느 곳에선 쥐의 배설물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쯤대면 누구를 만나야 할지 답은 명료하다. 4월 임시국회서 학교급식법 전면개정안을 제출한 최순영(52 비례대표)민주노동당 의원.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 의원은 36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한 급식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는 건 '당연하고도 또 당연한 일'임을 거침없이 밝혔다.
학교급식이 시작된 지 10년이 흘렀다. 전국의 약 700만 여명의 초중고생들이 매일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받고 있다. 왜 급식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나.
"지금 학교급식의 현주소는 어떤가.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정신없이 학교에 간 아이들이 싸구려 재료나 수입농산물로 만든 점심을 먹으며 해마다 식중독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급식법 개정은 모든 학부모들이 원하고 있음을 각 시도지자체가 주민발의를 기초로 조례제정을 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제 4월 국회에서 상위법으로 개정해야 할 차례다. 아이들의 건강이 달린 문제를 더 이상 정부가 늦출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와 경기도를 비롯해 전북, 경남, 제주에서 우리농산물 사용의무화를 중심으로 이미 조례안이 제정된 바 있다. 최의원이 제출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골자는 무엇인가.
"그동안 전국에서 뜻있는 많은 분들이 학교급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거듭된 논의와 고민끝에 도달한 학교급식의 3대원칙은 직영, 우리농산물 사용, 무상급식 세가지로 대변된다. 돈벌이 사업을 하고있는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하자는 것, 아이들의 먹을거리 만큼은 친환경 재배된 우리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자는 것, 이러한 급식을 단계적으로 무상으로 실시하자는 것이다."
36 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찬성했고 이미 시도지자체가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추진했는데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언제부터 '신나는 밥상'을 만날 수 있는건가.
"일단 4월 임시국회에서 급식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많은 지자체가 이미 급식예산을 책정해논 만큼 법이 개정되면 내년 시행령을 거쳐 예를들면 현재의 초등학교 4학년생이 5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우리농산물을 사용한 직영급식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5년간 한시적으로 위탁기간을 더 두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미 10년넘게 위탁급식이 진행된 만큼 법이 제정되면 각각의 위탁업체와 학교간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곧바로 직영급식 체제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한나라당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에 맡기자는 주장이지만 이미 몇 개 학교에서는 오히려 학교운영위는 직영급식을 결정했음에도 학교장이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학교운영위가 오히려 아이들이 볼모다 보니 소신껏 학교장에게 얘기를 못하는 셈이다."
급식법 제정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고 말을 하면서 어떻게 국회의원들이 정당별로 이처럼 각기 다른 방침을 주장한단 말인가.
"솔직히 국회의원들이 학부모와 아이들, 지자체의 의지조차 읽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급식법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역시 그만큼 중앙이 국민과 멀리 있거나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 본다. 각 시도지자체가 급식조례를 제정한 과정은 알다시피 주민들 수만명이 직접 서명을 통해 발의한 결과다. 위탁급식업체들의 로비가 있지 않고서야 4월 임시국회에서 급식법이 통과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직영급식을 둘러싼 정당간 이견 말고도 우리농산물 사용과 관련 행정자치부가 국내산 농축수산물 사용을 명문화한 '학교급식 지원조례'에 대해 행정자치부가 현재 서울시나 경기도 등 시도자치단체에 WTO 제소 가능성을 들어 대법원에 제소할 것을 명령하지 않았나.
"솔직히 자국법원에서 WTO 위반 판결을 내리는게 가능한 일인가. 오히려 우리농산물 사용과 관련 피해 상대국이나 다른곳에서 제소할 경우 분쟁기구에서 판결할 내용이다. 또 무엇보다 급식법이 개정되면 사실 정부조달로 우리농산물 사용이 가능하다. 누가 제소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WTO가입국가들도 자국의 농산물사용을 명한 자국급식법이 있는 것으로 안다. WTO 눈치보기가 아니라면 소극적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국민 생존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중앙차원의 급식법 개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틈만나면 발생하는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 지난 94년 하루 2개씩 찬 도시락을 먹으며 가장 중요한 성장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보다 못해 급식조례제정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이래 벌써 10여년. 최 의원은 한 중앙언론사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보도한 부동산 투기파장을 굳이 떠올릴 필요조차 없지만 급식법 통과를 목표로 한 4월 임시국회만큼은 못내 긴장되는 모습이다. 도대체 4월 국회가 염두에 있긴 한걸까 싶을 정도로 오로지 수도이전 반대집회에 쏠린 의원들, 도무지 민생과 무슨 연관이 있나 싶을 정도인 정당간 세불리기 속에서, 분주히 국회의사당을 오르내리는 사람. 우리아이들에게 바른먹거리를 고집해온 그간의 수고가 국민의 염원과 맞물려 '신나는 밥상'맞기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약 력
YH 무역 노동조합 지부장
우리밀 살리기 부천지부 공동대표
학교급식조례제정 추진을 위한 부천 학부모연대준비위원장
부천시의회 1,2대 시의원
경기여성연대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부대표
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국회교육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