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장하준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 한국 경제에 대해 “장기적으로 정체성의 위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나라가 경제 발전을 잘해서 몸집은 컸는데 이 정신이 아직 그 몸집에 못 따라오는 사춘기 아이들 같은 나라가 돼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옛날에는 복지 국가가 작아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게,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하니 일자리 많이 생기고, 대가족 제도가 남아 있어 실업을 했다든가 아프다든가 그러면 주변 가족이 돌봐주고 그러는데 이제 고성장도 끝났고 대가족 제도는 다 해체됐다”며 “당연히 거기에 맞춰서 복지국가를 늘려 전 국민이 가족이 돼야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생산성 높이고 기술 투자해서 부자 나라가 됐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일을 더 해야 된다, 더 오래 해야 된다, 최저임금 같은 거는 안 올려야 된다,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한 50년 전에 할 얘기를 다시 또 시작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수출과 반도체 이슈와 관련해선 “한국으로서는 굉장히 곤란한 입장이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일본에 비해서 대외 무역 의존도가 한 3배쯤 되는 나라인데다가 중국하고 미국 두 개가 다 지금 주요 시장이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한쪽으로 다 빼라는 거는 우리한테 굉장히 지금 힘든 얘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군사력과 관계된 반도체 이런 거에서는 굉장히 강성으로 나오지만 중국 경제에 워낙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을 다른 분야에서는 압박을 할 의도도 없고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선 전면적인 경제적인 압박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냉전 체제’라는 것도 사회주의권과 자본주의권 경제가 완전히 분리됐던 과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지금은 경제적으로 엄청 얼기설기 얽혀 있는데 하다못해 지금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쳐들어가고 이러면서 거기서 기름 안 팔고 이러니까 지금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난다”고 부연했다.
금융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해 단기성 투자 수익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1960년대 영국에서 주주들이 주를 사면 평균 보유 기간이 5년이었는데 지금은 1년이 안 된다”며 “그러다 보니까 경영자들이 기업을 경영하는데 백년대계, 이런 얘기 하는데 10년도 못 보고 5년도 못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기후변화 때문에 새로 개발할 기술이 얼마나 많고, 그런 게 단기 이윤이 나는 기술이 아닌데 그거를 지금 빨리 하려면 그런 이유에서도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압력을 줄여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