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인 45억2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상품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냈고, 해외여행 회복에 서비스수지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무역수지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천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1980년 한은의 통계 집계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 흑자에서 한 달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 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낸 이유는 경상수지 구성 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상품수지 적자는 74억6천만 달러에 달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감한 여파로 4개월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상품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격차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무역수지와도 연동되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126억5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은 1년 전보다 10.4% 줄어든 480억달러로 나타났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교역 부진으로 반도체, 철강제품 등의 수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43.4% 줄었다. 철강제품과 화공품도 각각 24%, 18.6%씩 감소했다. 반면 승용차 수출은 22.3%, 석유제품은 11.9% 늘었다.
반면 수입은 554억6천만달러로 1.1% 증가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올해 1월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은 각각 11%, 12.4%씩 줄었다.
여행·운송·지적재산권 사용료 등의 거래를 포괄한 서비스수지는 32억7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1년 전보다 24억4천만 달러 증가했다. 해외여행이 회복되면서 여행수지가 –14억9천만 달러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운송수지(1억2천만 달러) 흑자규모도 줄었기 때문이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63억8천만 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배당수입 증가에 힘입어 흑자폭은 1년 전보다 45억5천만 달러 늘었다.
이전소득수지는 1억6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전소득수지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대가 없이 주고받은 무상원조, 증여성 송금 등의 차이를 의미한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6억4천만 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에서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7억7천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11억7천만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6억9천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54억 달러 증가했다.
최대 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관련해 한은은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연간 7번(1990, 91, 92, 94, 95, 96, 97년)의 적자를 낸 적이 있는데 당시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평균 1.9%였다”면서 “그에 비하면 절대적인 수준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 규모가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한 만큼 이번 경상수지 적자 폭을 상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한은은 2월에는 균형 수준의 경상수지를 전망했다. 연간으로는 260억 달러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 부장은 “2월엔 통관 기준 무역적자가 1월 대비 상당히 줄었기에 균형 수준에 가깝지 않을까 본다”면서 “앞서 전망한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는 44억달러인데 아직은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