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도 1320원을 다시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예상치를 상회한 미 물가지표에 긴축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에 행렬이 이어진 영향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2423.61)보다 20.97포인트(0.87%) 내린 2402.64에 장을 닫았다. 장중 한때에는 2383.76에 거래되기도 했다. 코스피가 2400선 아래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 만에 처음이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6756억원 순매수해 2400선 붕괴를 막아냈다. 기관은 4200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778.88)보다 1.42포인트(0.18%) 상승한 780.30에 거래를 종료했다. 코스닥 역시 하락 출발해 한때 760선까지 밀려났으나 2차전지 관련주 초강세에 힘입어 상승 반전해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825억원, 64억원 순매수해 지수 반등을 이끌었고, 기관은 880억원 나홀로 순매도했다.
코스피 하락은 예상치를 상회한 미 물가지표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진 점이 영향을 줬다.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249억원 순매도했고, 선물시장에서는 3876계약 팔아치웠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예상을 상회한 1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에 국채금리 상승, 기술주 하락하며 국내증시에도 부담을 줬다"며 "장중 원·달러 환율도 18원 넘게 급등하며 외국인 매물 출회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도 1320원을 다시 넘어서며 3개월 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04.8) 보다 18.2원 오른 13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9일(1326.6원)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10.2원 오른 1315.0원에 개장했다. 장 시작 후 오후 2시 30분께 1320원을 넘어서면서 1323.5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긴축 우려에 달러화는 장중 강세 기조가 이어졌다.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1시 2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11% 상승한 105.27선에서 등락 중이다.
같은 시간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1.31% 급락하며 약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가 소폭 하락(강세)하면서 136.3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내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6.96위안 선에서 거래되며 약세를 이어갔다.
코스피가 급락하고, 원화 가치가 큰 폭 하락 한 것은 미국의 물가지표의 영향이다. 미국 상무부는 24일(현지시간) 1월 PCE 물가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5.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와 전월(5.3%)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PCE 물가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동월대비 4.7%, 전월대비 0.6% 상승해 시장 예상치(각각 4.4%. 0.5%)를 상회했다. 이는 1월 근원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 연준 긴축 우려가 더욱 커졌다.
미 물가에 대한 적신호가 켜지면서 연준 최종금리가 기존 시장 전망치인 5.25~5.5%를 넘어 6%대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등 고강도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큰 폭 늘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73.0%로, 0.5%포인트 인상을 27.0%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18.1%로 봤으나 크게 높아진 것이다.
뉴욕 증시도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하락 마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 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02% 하락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1.05%, 1.69% 하락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미국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에 따른 글로벌 강달러, 리스크 오프를 반영해 1320원을 다시 넘었다"며 "1월 PCE 물가가 시장 눈높이를 뛰어 넘으면서 연준 추가 금리인상과 제약적 통화정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아시아장에서 원화를 필두로 한 위험 통화 타격이 심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