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을 신고하겠다는 것을 회유하기 위해 면담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 간부에게 선고된 징역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노 준위는 지난해 3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근무 당시 이예람 중사가 가해자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은폐·무마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노모 준위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노 준위는 지난해 3월3일 오전 11시경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 받은 후 장 중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이 중사에게 '장모(가해자) 중사를 고소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 너도 다칠 수 있다'고 회유·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노 준위는 같은 날 오후 9시경 이 중사를 불러 신고를 회유하는 취지로 말한 혐의도 받았다.
군 검찰은 노 준위의 발언이 보복협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 중사를 고소할 경우 이 중사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협박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와 별개로 노 준위는 2020년 7월 부서 회식 도중 노래방에서 이 중사의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군사법원은 노 준위의 보복협박 혐의와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지난해 3월3일 오전 11시경 발언은 보복협박 대신 면담강요 혐의로 유죄 판단했고, 같은 날 밤 9시경 발언도 면담강요 혐의로 유죄 판단했다. 형량은 징역 2년으로 정했다.
2심은 민간법원에서 진행됐다. 2심도 보복협박과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너도 다칠 수 있다'는 노 준위의 발언이 협박으로 볼 순 없다는 취지다. 협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해악'이 피해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2심은 면담강요 부분은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군 검찰과 노 준위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2년의 형을 유지했다. 이후 쌍방이 2심 판결이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도 이날 "공소사실 중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2년을 최종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서장인 노 준위에게 신고하면 성범죄 사건이 절차대로 처리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피해자는 노 준위의 회유와 압박으로 상당한 좌절감, 무력감을 느꼈던 걸로 보이고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또 "노 준위는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의식 없이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믿음에 근거해 사건을 음성적으로 처리하고자 했고, 군내 성범죄는 신고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줌으로써 부대원들과 국민에게 커다란 불신을 야기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중사는 징역 7년을 확정 받아 복역 중이다. 장 중사는 이 중사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별건 재판도 받고 있다.